대전 중구 로컬 뉴스레터 1회: 대전은 정말 '성심당의 도시'일까?(1부)
들어가며
한때 대전은 '노잼 도시'의 대명사였다. 즐길 거리가 없다는 자조 섞인 농담은 대전의 정체성처럼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대전역 대합실 안에는 성심당 쇼핑백을 하나씩 옆에 두고 앉아 있고, 으능정이 골목은 딸기시루를 사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다. 사람들은 이제 거창한 관광 명소나 유서 깊은 유적지 대신, 내 입맛을 사로잡을 확실한 콘텐츠 하나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시간을 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성심당은 단순한 빵집을 넘어 대전이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슈퍼 브랜드'가 되었다. 사람들은 대전을 '성심당의 도시'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전 광역시가 아니라 성심당 광역시"라는 우스갯소리가 댓글에 심심치 않게 보인다. 노잼이 사라진 대전은 정말 성심당이 가득 채웠을까? 혹시 우리는 달콤한 튀김소보로 냄새와 끝이 보이지 않는 대기 줄이라는 시각적 압도감에 취해, 대전의 진짜 얼굴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 추이(2021-2025)와 한국 관광데이터랩의 지난 7년간 방문자 통계(2018-2024)를 기반으로 '성심당 신드롬'을 객관적으로 읽어본다. 이는 성심당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브랜드가 도시 전체를 어떻게 견인하는지, 그리고 그 거대한 영향력 아래서 대전의 다른 축들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대전이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1. 브랜드를 품은 도시에서, 도시를 품은 브랜드로
주요 키워드
- 주객전도
- 골든 크로스
'대전'이라는 지역명보다 그 지역의 랜드마크 이름이 더 많이 검색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파리 안에 에펠탑이 있고, 부산 안에 해운대가 있듯, 장소성은 브랜드의 상위 개념으로 존재해 왔다. 도시는 브랜드를 담는 그릇 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대전은 그릇보다 담긴 내용물이 더 커져버린, 주객전도의 기현상을 보여준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대전의 도시와 브랜드 지형이 뒤집힌 순간이 포착된다. 2021년 초반까지만 해도 '대전' 검색량은 '성심당'보다 약 2배가량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패턴이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심당의 검색량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대전과의 격차를 좁히더니, 마침내 2022년 3분기를 기점으로 '성심당'이 '대전'을 완전히 추월하는 '골든 크로스'가 발생했다.
이 골든 크로스는 단순한 인기 순위의 변동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여행 문법과 패러다임이 '유행의 시대'에서 '취향의 시대'로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탄 이었다. 2025년 11월 현재까지도 성심당의 검색지수는 대전 전체를 상회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중의 인식 속에서 '성심당'이라는 개별 브랜드가 '대전'이라는 행정구역보다 더 강력한 유인 동기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과거에는 "대전에 업무나 관광차 방문했다가 성심당에 들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성심당에 가기 위해 대전이라는 도시를 경유지로 소비하는" 형태로 보인다. 이는 도시 마케팅 관점에서 하나의 강력한 킬러 콘텐츠가 도시 전체의 인지도를 하드캐리하는 축복인 동시에, 도시의 다양성이 단 하나의 브랜드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험 신호일 수도 있다.
2. '노잼'의 소멸과 '당일치기'의 상관관계
주요 키워드
- 노잼도시
- 트리거 효과
대전이 갑자기 재미있는 도시로 환골탈태한 것일까, 아니면 '빵을 사는 행위'가 여행의 재미를 대체한 것일까? 흥미롭게도 '성심당'의 검색지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와 맞물려, 대전의 오랜 오명이었던 '노잼 도시' 관련 선입견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대신 그 자리를 '대전당일치기', '빵지순례', '딸기시루' 같은 검색어들이 채웠다.

이러한 데이터의 흐름은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성심당은 단순히 먹거리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잠재적 방문객들에게 대전을 찾아와야 할 명분, 즉 '여행의 트리거'를 제공했다. 과거의 여행이 시각적 풍경을 소비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대전 여행은 확실한 미각적 보상을 획득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퀘스트 수행'에 가깝다. '노잼'이라는 심리적 장벽은 '한정판 빵을 획득해야 한다'는 강력한 목적성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성심당은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성취감'을 팔고 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위조차 이제는 고생이 아니라,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자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에서 성심당의 새로운 이벤트가 주목 받을 때마다 대전 여행 관련 키워드가 동조화되어 움직이는 모습은 성심당이 대전 관광의 독립변수이자 상수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온라인 인식의 세계에서 성심당은 이미 대전을 집어삼킨 거인이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 사람들이 움직이는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성심당이 대전의 중심일까?
3. 지난 7년의 기록: 줄 서는 곳과 붐비는 곳의 역설
주요 키워드
- 둔산동
- 궁동
온라인상의 뜨거운 검색 열기와 성심당 본점 앞의 인산인해를 보면, 대전 중구의 은행선화동과 대흥동이 지난 수년간 대전에서 가장 붐비는 핫플레이스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성심당 앞의 긴 줄을 보면 대전의 중심이 온통 중구로 쏠린 것 같지만, 2018년부터 2024년까지의 전체 방문자 수를 보면 다른 흐름이 보인다. 방문자 수 총량에서는 둔산2동과 온천2동이 꾸준히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각 지역이 수행하는 도시 기능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전 시민들에게 둔산동은 일상의 공간이다. 시청과 법원 등 관공서가 밀집해 있고, 백화점과 학원가가 섞여 있어 직장인과 학생, 거주민이 매일 오가는 곳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밥을 먹고 일을 하기 위해 드나드는 생활의 터전이기에 방문자 수치가 자연스럽게 높게 나타난다.
온천2동과 그 권역인 궁동 역시 마찬가지다. 충남대학교와 카이스트가 위치해 있어 수만 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매일 활동한다. 이곳의 높은 방문자 수는 관광객이라기보다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과 인근 거주민들의 반복적인 일상 이동이 누적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중구의 은행선화동과 대흥동은 어떨까? 이곳은 둔산이나 유성과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 대전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은 대전의 발전과 함께 주요 행정과 상업시설, 거주지가 대전 전역으로 확장되면서 구도심이 되었다. 핵심 교통시설인 대전역이 건재하고, 학교와 상업시설이 남아있기에 성심당이 있는 은행선화동은 구도심 번화가로서의 성격을 지키고 있다. 맞닿아 있는 대흥동 역시, 과거 대전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서 흔적이 오래된 노포와 개성 있는 카페에 녹아있으며, 소극장과 갤러리가 모여 있어서 대전의 문화예술적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곳이다.
둔산과 유성이 매일의 삶에 기반한 생활권이라면, 은행선화동과 대흥동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대전의 시간이 쌓아온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출퇴근과 등하교로 인해 발생하는 방문자 총량은 둔산과 유성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시의 고유한 정체성과 문화적 매력을 보여주는 역할은 은행선화동과 대흥동이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 차이를 통해 수치 경쟁 너머에 있는 중구 원도심만의 역할을 엿볼 수 있다.
마치며
이번 뉴스레터에서 우리는 검색어와 방문자 총량이라는 거시적 데이터를 통해 성심당이 쏘아 올린 거대한 파급력과 대전 상권의 기초체력을 확인했다. 성심당은 대전을 '노잼'에서 '유잼'으로 바꾼 강력한 기폭제였다. 또한, 그 열기와는 별개로 대전은 매년 수천만 명의 유동 인구를 감당해 내는 탄탄한 도시 경쟁력을 증명해 보였다. 물론, 우리가 이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 단순한 상권 간의 순위 다툼은 아니다. 총량이라는 거대한 숫자는 도시의 규모를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마음'과 '목적'까지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과연 은행선화동을 채운 2천만 명은 모두 빵을 사러 온 여행자 일까? 반대로 생활권이라 여겨지는 둔산과 궁동에는 정말 대전 사람들만 오고 가는 것일까?
2025년의 데이터는 이번에도 의외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관광지’와 ‘생활권’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흥미로운 교차점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대전 중구 로컬 뉴스레터 2화에서는 둔산동과 궁동이 품고 있는 의외의 외지인 데이터, 그리고 대흥동 골목으로 스며드는 현지인들의 발걸음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성심당이라는 거대한 프레임 너머, 대전시, 그 중에서도 대전 중구가 품고 있는 로컬의 또 다른 의미와 각 상권이 가진 고유한 성격을 재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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