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로컬 뉴스레터 2회: 대전은 정말 '성심당의 도시'일까? (2부)

대전 중구 로컬 뉴스레터 2회: 대전은 정말 '성심당의 도시'일까? (2부)
출처: 대전시 대전찰칵_산성과 대전시_김진홍(https://photo.daejeon.go.kr/prog/photodbCate/70363/view.do)


들어가며

1부에서 우리는 성심당이라는 거대한 '슈퍼 브랜드'가 어떻게 도시 전체의 인지도를 견인하고, '노잼 도시'라는 오명을 '빵지순례의 성지'로 치환했는지 살펴보았다. 대전역을 가득 채운 성심당 쇼핑백은 이제 대전의 새로운 풍경이 되었고, 온라인상의 검색 지수는 이미 '대전'이라는 행정 구역의 상징성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적 압도감은 때로 우리로 하여금 도시의 다른 이면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달콤한 함정'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성심당이 있는 은행선화동 만이 대전의 유일한 활력소라고 믿기 쉽다. 그러나 데이터라는 렌즈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성심당의 도시' 프레임에는 의외의 균열이 발견된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최신 방문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전의 주요 상권들이 각기 어떤 욕망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지 추적한다.

단순히 어디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가를 넘어,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왜 그곳을 선택했는지'를 묻는 과정은 대전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론이 될 것이다. 빵 냄새에 가려져 있던 대전의 진짜 기초 체력과 거주지에 따라 대전을 소비하는 서로 다른 방식 속에서 우리는 '성심당 너머'의 대전을 상상해보고자 한다. 오늘 우리는 성심당이라는 기폭제가 만들어낸 파장이 도시의 일상적 공간인 둔산과 궁동, 그리고 다시 원도심으로 어떻게 순환하고 있는지를 탐험할 것이다.


1. '빵지순례'보다 뜨거운 '일상의 침투'

주요 키워드

  • 경험의 영토
  • 선입견의 함정

대전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이 오직 성심당을 향해 일직선으로 움직인다는 가설은 데이터 앞에서 힘을 잃는다.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관광데이터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지인 방문자 수에서 의외의 순위가 도출되었다.

<데이터 출처: 202501-11_은행선화동-대흥동-온천2동-둔산2동_방문자_한국관광데이터랩>

성심당 본점이 위치해 '외지인들의 성지'라 여겨졌던 은행선화동(1,310만 명)이나 구도심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대흥동(1,100만명)보다 대학가인 궁동(온천2동: 1,570만 명)과 행정·상업 중심지인 둔산동(둔산2동: 1,450만 명)을 찾은 외지인이 더 많았던 것이다. 이는 성심당이라는 강력한 랜드마크가 주는 시각적 밀도보다, 대학 문화와 행정 서비스, 일상적 상권이 가진 '경험의 영토'가 외지인들에게 더 넓게 펼쳐져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내지인(대전 시민)과 외지인 방문객의 비율이다. 분석 대상인 4개 지역 모두 내지인과 외지인의 대략 1:1 비율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각 지역 방문자 중 대전광역시 거주자 비율을 보면, 은행선화동(50.1%), 대흥동(52.9%), 둔산동(51.8%)은 대전 시민의 방문이 근소하게 높았으며, 궁동(47%)만이 외지인 비율이 절반을 넘겼다. 이는 대전의 주요 상권들이 특정 계층이나 목적에 편중되지 않고, 시민들의 일상과 외지인의 호기심이 교차하는 '공유지'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선입견의 함정'에 빠진 것 일까? 온라인 프레임 속의 대전은 성심당이 고군분투하며 도시를 먹여 살리는 형국이었으나, 실제 오프라인의 데이터는 대전의 다양한 상권들이 이미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외지인들을 끌어당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사람들이 대전에 성심당만 있다고 믿었다면, 대전 시민들의 생활 밀착형 공간인 둔산과 궁동에 이토록 많은 외지 발걸음이 머물 이유는 없다. 결국 성심당은 대전이라는 거대한 책의 매력적인 '표지'였을 뿐, 독자들은 이미 책의 본문인 다른 지역의 이야기들을 활발히 읽어 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2. 지도의 심리학

주요 키워드

  • 근접성 역설
  • 로컬 커넥티비티

방문객의 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가?' 이다. 외지인의 거주지 데이터를 분석하면 각 상권이 누구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는지 더 명확해진다. 대전광역시 밖에 거주지를 둔 방문객들의 거주지를 살펴보자.

<데이터 출처: 202501-11_은행선화동-대흥동-온천2동-둔산2동_방문자 거주지_한국관광데이터랩>

중구의 대흥동은 경기(20.8%), 서울(16.2%), 충남(16%) 순이고, 은행선화동 역시 경기(21.1%), 서울(16.8%), 충남(14.6%) 순으로 수도권 거주자의 비율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는 성심당이 있는 은행선화동과 원도심 정취가 남아 있는 대흥동의 레트로한 감성이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당일치기 여행의 목적지'로서 확실히 각인되었음을 알 수있다. 두 상권은 인접해 있어서, 성심당이라는 트리거로 촉발된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원도심으로 이끌었고 이로 인해 두 지역 방문자들의 거주지가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게 되었다.

반면, 외지인 방문자 수 1, 2위를 기록한 궁동(온천2동)과 둔산동(둔산2동)은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인다. 궁동은 경기(17.7%)가 1위를 기록하는 것은 앞선 지역들과 유사하지만, 충남(16.5%), 세종(15.7%)과 큰 격차가 나지 않으며 서울을 4위로 밀어냈다. 심지어 둔산동은 1위가 충남(18.4%)이고, 경기(15.5%)와 서울(14.4%)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이를 우리는 '근접성 역설'이라 부르고자 한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충남, 세종, 충북 거주자들에게 대전은 여행지가 아니라 확장된 생활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성심당의 줄을 서기보다 둔산의 인프라를 누리고 궁동의 활기를 소비한다.

이는 각 지역이 가진 '심리적 문턱'의 높이가 거주지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수도권 사람들에게 대전은 '성심당이라는 문'을 통해 들어가는 낯선 도시인 반면, 인접 지역 사람들에게 대전은 '이미 잘 아는, 언제든 갈 수 있는 옆 동네'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우려되는 시그널은 원도심인 은행선화동과 대흥동이 오히려 인접 지역 주민들에게는 매력적인 '특별함'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까이 있기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로 온라인에서 촉발된 대전 원도심의 새로운 변화가 아직 인근 거주자들의 발걸음까지 전부 되돌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닐까? 대전 중구가 진정한 로컬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단발성 관광객을 넘어, 인접 지역의 생활 인구들을 대전 원도심의 새로운 취향 공동체로 끌어들일 '로컬 커넥티비티' 전략이 필요하다.


3. 성심당이 연 문을 '다양성'으로 채우는 법

주요 키워드

  • 트렌드 전이
  • 문화적 다양성
<출처: 로컬디인사이트>

데이터의 흐름은 이제 대전 중구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음을 가리키고 있다. 과거 행궁동 사례에서 보았듯, SNS에 민감한 Gen Z 세대가 특정 스팟을 발굴해 온라인 트렌드를 주도하면, 그 흐름은 곧 '경험의 확장'을 원하는 이후 세대와 인접 지역으로 전이된다. 성심당이라는 거대한 중력에 이끌려 은행선화동과 대흥동을 찾은 수도권의 Gen Z들은 이제 빵집 문을 나서 골목 안쪽의 노포와 독립 서점, 개성 있는 카페들로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Gen Z의 취향 탐색은 또다시 온라인에서 바이럴 되며, 이후 세대에게 또다시 전이될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 전이' 현상은 대전 중구가 단순한 빵집 거리를 넘어 '문화적 다양성'을 갖춘 상권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성심당의 도시로 불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외지인이 둔산과 궁동의 매력을 동시에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대전이라는 도시 자체가 가진 소비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구 원도심 역시 성심당이라는 '트리거'를 통해 유입된 다양한 취향의 방문객들을 대전만의 고유한 시간적 깊이와 문화적 자산으로 매혹 시켜야 해야 한다.

앞으로는 성심당만 즐기고 떠나는 '퀘스트형 방문'이 아닌, 대전 구도심의 다채로운 결을 즐기기 위해 취향을 탐색하는 '체류형 경험'이 대두될 것이다. 데이터 이면에서는 이미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싹트고 있다. 대흥동의 오래된 갤러리가 새로운 트렌드의 문화공간이 되어 Gen Z의 놀이터가 되고, 선화동의 낡은 주택들이 힙한 식당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대전 중구가 성심당의 그늘이 아닌, 성심당이 비춘 조명 아래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심당이 열어준 '대전'이라는 커다란 문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방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우리가 목격하게 될 대전 중구의 진정한 부활 이다.


마치며

이번 뉴스레터 1부와 2부를 관통하며 우리가 발견한 것은 성심당이라는 브랜드가 쏘아 올린 경이로운 파급력, 그리고 그 파장 아래서 묵묵히 자신의 영토를 지키고 있는 대전 상권들의 저력이었다. 성심당은 대전을 '노잼'의 침묵에서 깨워 '유잼'의 함성으로 이끌었지만, 데이터를 통해 본 대전은 결코 빵 하나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연약한 도시가 아니었다. 둔산의 견고한 일상과 궁동의 역동적인 젊음, 그리고 원도심이 품은 역사적 서사는 성심당이라는 기폭제와 만나 대전만의 독특한 로컬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대전은 정말 성심당의 도시인가?"라는 의문 대신, "성심당이 불러모은 이 수많은 사람의 에너지를 대전은 어떤 새로운 이야기로 담아낼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대전이 '빵지순례'를 넘어 '취향의 순례'가 가능한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는 시그널에 귀를 귀울여 보자.

다음 호에서는 시선을 조금 더 넓혀본다. 최근 대전 중구의 골목길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외국인 방문객들의 행적을 추적할 예정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낯선 패턴은 무엇일까? 성심당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글로벌한 시각에서 재발견되는 대전 중구의 또 다른 가능성을 함께 탐험해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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