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로컬 뉴스레터 3회: 대전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자들은 어디로 갈까?
들어가며
지난 1, 2회 뉴스레터를 통해 우리는 대전 로컬 상권의 탄탄한 기초 체력을 확인했다. 외부에서는 대전이 오직 성심당이라는 단일 브랜드에 의존하는 '빵의 도시'로만 보였지만, 실제 데이터를 통해 본 대전은 유동 인구의 흐름이 교차하는 입체적인 도시였다. 성심당은 그 흐름 속에서 외부로 보여지는 매력적인 '표지'였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대전의 챕터들을 넘나들었다. 그들은 대흥동, 둔산동, 궁동 등 대전의 골목들을 자신들만의 욕망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우리의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한 지역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간적 균형만큼이나 시간적 균형이라는 요소가 필수적이다. 앞서 상권 간의 공간적 균형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상권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연주되는 리듬을 살펴보고, 대전 중구가 만들어 내는 리듬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요소는 무엇일지 궁리해 본다.
화려한 주말의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중구의 평일은 어떤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그리고 전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지금, 외국인 여행자들의 지도에도 대전 중구라는 좌표가 새겨져 있을까?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일간 방문자 패턴 분석을 통해 중구 상권이 직면한 구조적 약점을 직시하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열쇠로서 '외국인 방문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1. 주말에만 울리는 중구의 음악
주요 키워드
- 방문층 극단화
- 관광형 상권

대전의 방문자 데이터를 일 단위로 쪼개어 들여다보면,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던 '시간의 불균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5년 5월과 6월의 일간 방문자 패턴을 분석한 결과, 중구의 은행선화동과 대흥동은 유성구 온천2동(궁동)과 확연히 대조되는 양상을 띤다. 대학가와 주거·상업 시설이 혼재된 온천2동은 평일 방문자 수가 주말보다 높거나 일정하게 유지되는 안정적인 곡선을 그리는 반면, 중구의 상권들은 주말(특히 토요일)과 휴일에만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전형적인 관광지형 패턴을 보여준다.

이러한 패턴의 차이는 상권을 지탱하는 '방문객의 성격'에서 기인한다. 온천2동은 평일에도 대전 시민(현지인)들이 상권의 활기를 받쳐주며 일상적인 소비 리듬을 주도한다. 하지만 은행선화동과 대흥동(중구 상권)의 현지인 방문 비율은 온천2동의 약 절반 수준이다. 주말에는 성심당을 필두로 한 원도심 여행을 위해 수도권과 인근 지역 외지인들이 밀려오며 북적이지만, 정작 평일에는 지역 내부의 발걸음을 충분히 붙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말의 화려함에 비해 평일의 꾸준함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중구 상권의 방문층이 한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문층의 극단화는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치명적인 경영 제약으로 작용한다. 일주일 중 단 이틀의 매출로 높은 고정비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는 상권의 회복탄력성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공간의 다양성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 결국 대전 중구가 진정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 '잃어버린 평일'의 공백을 메워줄 새로운 유입 동력이 절실하다. 주중에 대전 시민의 발길을 되돌리는 내러티브의 구축과 동시에, 국내의 주말-평일 리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인 여행자'라는 새로운 방문객 군에 주목해야 하는 논리적 배경이 여기서 발생한다.
2. 인지도의 신기루와 데이터의 반전
주요 키워드
- 인지-방문 간극
- 글로벌 낙수효과의 한계

중구의 평일을 채울 새로운 가능성으로 '외국인 여행자'를 상정해 보자. 그들은 국내의 요일별 리듬에 구애받지 않고 상권의 시간적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여행자들에게 대전은 어떤 도시일까?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행한 2024년 잠재 방한 여행객 조사에 따르면, 서울 이외의 목적지 중 주요 광역시에 대한 인지도는 부산, 인천 순이며, 대구(28.7%)가 3위, 대전(23.8%)이 4위, 광주(23.3%)가 5위를 기록했다. 순위가 조금 낮지만, 한국의 주요 방문지인 부산-제주-인천을 제외하면 대전의 인지도는 여타 비슷한 규모의 지역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 도시다.

하지만 실제 방문자 수치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24년 기준 대전의 외국인 방문객은 약 100만 명으로, 광주보다는 근소하게 많지만 대구(약 190만명)의 절반 수준이며, 놀랍게도 울산(약 320만명)의 1/3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울산의 경우, 2024년 기준 최대 방문 국가가 중국이 아닌 미국(26%)이라는 독특한 패턴을 보였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이는 산업 시설이나 특정 목적을 가진 방문객이 주를 이루는 울산과 대전을 같은 관광 프레임으로 비교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관광 프레임으로 본다면, 대전의 외국인 방문 수치는 서울과 인접한 수원 특례시의 팔달구 하나와 유사한 수준인데, 방한 외국인의 대다수가 전국의 지역 중에 취향에 맞는 목적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서울 중심 관광에서 근처의 선택지(인천, 수원 등)를 고르는 '지리적 낙수효과'를 대전이 받지 못한다는 것이 더 합리적인 해석으로 보인다.
이렇듯 대전은 외국인들에게 ‘이름은 들어봤지만 굳이 방문할 이유는 부족한’ 도시로 남아 있다.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할 넛지(강요 없이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도 약하다. 인지도와 실제 방문자 수 사이의 간극은 대전이 가진 훌륭한 로컬 자원들이 아직 글로벌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제안'으로 치환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성심당과 원도심이 가진 강력한 서사가 왜 외국인들에게는 국경을 넘는 트리거가 되지 못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지역 내부의 데이터에서 더 세밀하게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3. 사람은 사람이 많은 곳으로 몰린다.
주요 키워드
- 트렌드 전이
- 사회적 경험

외국인 방문객들이 대전의 어느 지역을 향하는지 살펴보면, 우리의 예상은 다시 한번 빗나간다. 성심당이 있는 은행선화동과 대흥동으로 몰릴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데이터는 외국인들이 유성구 온천2동과 서구 둔산2동을 더 많이 찾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4년 구별 외국인 방문객 순위에서도 중구는 대전 5개 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전 원도심이 국내에서는 가장 뜨거운 로컬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지도 위에서는 희미한 존재감으로 남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현상을 정보의 부재가 아니라 ‘트렌드 전이의 시차’로 해석한다.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 정보를 습득하는 루트는 국가별 대형 플랫폼과 유튜브(중국 제외),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 크게 의존한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국내 Gen Z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하고 있는 성심당과 대전 원도심의 ‘트렌디한 로컬 감성’이 외국인 Gen Z라는 타겟에게 도달하기까지는, 단지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수원 행궁동과 서울 성수동의 사례에서 보았듯, Gen Z가 발굴한 로컬 콘텐츠는 곧 해당 국가의 트렌드로 전이된다. 그리고 그 트렌드는 다시 해당 국가를 찾는 외국인 여행자(Gen Z)를 중심으로 ‘외국인 여행 트렌드’로 확장된다. 대전 중구의 은행선화동과 대흥동 역시 비슷한 성격의 공간이다. 국내 젊은 세대에게 이미 트렌디한 로컬로 낙점받았다는 사실이, 지금 대전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다.
'사람은 사람이 많은 곳으로 몰린다'는 사회적 경험은 로컬 브랜딩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이미 한국의 젊은 세대가 열광하고 줄을 서는 중구의 풍경은 그 자체로 방한 여행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진짜 한국'의 증거가 된다. 비록 현재는 외국인 유입 데이터가 미미하지만, 국내 젊은 층의 열광이 온라인을 통해 글로벌 Gen Z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순간 중구는 폭발적인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중구는 대구나 광주 같은 다른 지자체들이 관광 자원을 홍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미 검증된 라이브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이 동력이 국경을 넘어 시차를 극복하는 순간, 우리가 우려했던 중구의 평일은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의 호기심 어린 발걸음으로 채워질 것이다.
마치며
이번 뉴스레터 3회를 통해 우리는 대전 중구 상권이 마주한 '주말 편중'이라는 차가운 현실과, 글로벌 데이터가 보여주는 '지연된 전이'의 가능성을 동시에 마주했다. 대전은 성심당의 도시로 알려져 있었지만, 정작 그 성심당이 자리한 중구는 글로벌 여행자들에게 늦게 발견되고 있는 미답지 였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중구의 역동성은 그 어떤 인위적인 홍보보다 강력한 글로벌 확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우리의 대전 탐험은 조금 더 구체적인 궁금증을 해소해 보려한다. 최근 방한 여행자들은 한국 여행에서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고부가가치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 중 느끼는 매력과 불편함은 무엇일까? 그리고 대전 중구는 그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열쇠를 가지고 있을까?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한국 여행에서 겪는 생생한 목소리를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대전의 지리적 이점이자 잠재적 열쇠가 될 수 있는 KTX 교통 인프라의 가능성을 가볍게 짚어보고, 더 나아가 대전이 가진 전문 의료 인프라를 외국인 의료관광이라는 고부가가치 산업과 연계할 수 있을지 그 실마리를 데이터를 통해 조심스럽게 타진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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