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로컬 뉴스레터 4회: KTX와 의료관광이 만날 때 생겨나는 로컬의 미래
들어가며
지난 뉴스레터를 통해 우리는 대전 중구가 마주한 '시간의 불균형'을 목격했다. 성심당을 필두로 한 주말의 폭발적인 인파는 중구의 활기를 증명하지만, 썰물처럼 빠져나간 평일의 공백은 지역 상권의 자생력을 위협하는 구조적 약점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이 공백을 메울 열쇠로 국내 요일 리듬에서 자유로운 '외국인 여행자'를 제안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지금, 대전 중구라는 좌표가 그들의 지도에 실질적인 '목적지'로 각인되기 위해서는 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외국인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질문은 "그들은 왜 서울에만 머무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한국 여행에서 무엇을 불편해하며, 대전은 그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가?"이다. 관광객의 발걸음은 매력적인 여행지로 향하지만, 동시에 불편함을 피하고, 편안함에 끌리기도 한다. 대전의 잠재력이 글로벌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제안'으로 치환되지 못했던 이유와 대전이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지,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 보자.
이번 뉴스레터 4회에서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실질적인 결핍을 분석하고, 대전 중구가 가진 지리적·인프라적 강점이 어떻게 고부가가치 관광 산업과 연결될 수 있을지 탐색한다. 이는 단순히 외국인 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중구 상권의 '잃어버린 평일'을 소비력이 높은 고부가가치 체류객들로 채워 넣는 로컬 브랜딩의 확장이 될 것이다.
1. 빨리 가면, 가까운 것: KTX가 그리는 새로운 지도
주요 키워드
- 대전행 KTX
- 심리적 인접권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에서 느끼는 갈증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서 시작된다. '2025 외래관광객 조사 3분기 잠정치 보고서(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여행 중 겪은 불편함 1위는 교통정보(16.5%)였다. 그 뒤를 이어 음식 및 맛집 정보(12.7%), 금융 정보(12.6%), 지역 축제 및 행사 정보(10.9%)가 순위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불편함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50.1%로 과반을 넘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정보의 충분함으로 해석하기엔 이르다. 이는 대다수 외국인의 최종 목적지가 정보 접근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통계적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대전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대전의 교통이나 맛집 정보는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역설적으로 대전의 기회를 시사한다. 불편함 1위인 '교통정보'는 단순히 서울 시내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울을 벗어나 한국의 로컬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과 이를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방법 사이의 간극을 의미한다. 대전은 이 지점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KTX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단 1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심리적 인접권'에 위치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다른 지역 방문 의향이 74.5%로 전년 대비 3.7% 상승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트렌드는 대전에 분명한 호재다.

매력적인 로컬에 대한 정보의 노출이 방문으로 이어지는 '넛지'가 된다면, KTX를 품은 대전은 외국인들에게 서울 근교의 뻔한 선택지를 넘어 진짜 한국인들이 즐기는 트렌디한 로컬중, 가장 '가까운' 목적지가 될 수 있다. 서울 중심 관광에서 소외되었던 대전이 KTX라는 물리적 인프라를 '시간의 연결성'으로 재해석할 때, 중구의 골목들은 글로벌 여행자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되기 시작할 것이다.
2. '빵의 도시'를 넘어
주요 키워드
- 글로벌 의료관광
- 서울 편중 현상
대전 중구가 국내 젊은 세대에게 '트렌디한 로컬'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되었다. 이 트렌드가 글로벌 여행자들에게 전이되어 그들이 KTX를 타고 중구를 찾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중구의 미식과 감성만을 소비하고 떠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더 장기적이고 밀도 높은 체류를 유도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와의 결합이 필요하다. 그 핵심에 대한민국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외국인 의료관광'이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지역별 외국인 환자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49만 명이었던 외국인 환자 수는 팬데믹 시기인 2020년 17만 명으로 급감했으나, 2024년에는 117만 명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 수요의 85%에 달하는 99만 명이 서울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의 외국인 환자 수는 2024년 약 6,400명 수준으로 서울에 비하면 미미하게 보인다. 하지만 대전이 가진 '연구-과학 도시'의 전문적 이미지와 서울보다는 한적하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도시적 편의를 갖춘 환경은 장기 체류가 필요한 의료관광객에게 강력한 메리트가 된다.
국내 관광객이 주말에 잠시 머무는 '내수 관광형 상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의료관광은 최적의 대안이다. 의료 목적으로 방문한 외국인은 일반 여행자보다 체류 기간이 길고 소비 규모가 크다. 대전이 가진 전문 의료 인프라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를 개선하고, 이를 중구의 매력적인 로컬 서사와 결합한다면, 비싸고 바쁜 서울이 주지 못하는 '치유와 감성적 일상'이 공존하는 대전만의 의료관광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중구의 평일을 채워줄 소비력 있는 유입 동력을 만드는 실질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3. 로컬 라이프스타일과 의료 관광의 관계
주요 키워드
- SNS 파이프 라인 개선
- 대전형 의료관광 거버넌스

우선, 2025년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총 1조 8천억원 수준이며, 그 중 대전광역시의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약 26억원이다. 전국 의료 소비액 대비 대전의 비중이 약 0.14%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실질적인 의료 관광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아직 '미개척지'에 가깝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이 수치는 절망이 아닌 '압도적인 확장의 기회 지수'로 치환된다. 1조 8천억 원이라는 거대한 시장 파이가 이미 형성되어 있음에도 대전이 가져가는 몫이 미미하다는 것은, 대전의 신뢰성과 전문성이 담긴 브랜드 서사와 중구를 중심으로 한 대전의 여러 로컬 상권의 연계가 정교해질수록 유입시킬 수 있는 고부가가치 자본의 상한선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6억 원이라는 숫자는 대전 의료 관광이 현재 '점'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점들을 중구의 로컬 콘텐츠와 선으로 연결하고, 그 선의 끝을 대전의 여러 지역의 자원들과 이어내는 순간 대전은 새로운 글로벌 의료 관광지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며, 숫자의 단위 자체가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제, 대전의 외국인 의료 결제 건수 현황을 통해 대전의 외국인 의료 소비 실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의료 서비스는 개별 결제 비용의 편차가 넓어서, 지역별 소비액 대신 지역별 결제 건수를 살펴보았다. 외국인의 대학병원/상급 종합병원 결제 건수는 중구와 서구가 양분하는 구도이다. 하지만 의료 관광의 핵심이자 전국 단위에서 가장 높은 매출 비율을 차지하는 피부과의 상황은 다르다. 서구 둔산동을 중심으로 '메디컬 스트리트'라 부를 수있는 미용-의료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어, 대다수의 결제 건수가 서구 둔산동에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출처: [좌]대전 메디컬 투어(https://www.djmeditour.kr/ko/index.do), [우]대전 메디컬 투어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daejeon_medical_tourism/)>
대전광역시는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2011년 부터 '의료웰니스시티대전' 플랫폼을 구축하였고, 2025년 6월 개편을 통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을 본격 가동하며 대전의 의료 인프라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전략적 보완점이 발견된다. 공식 홈페이지는 다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몽골어/베트남어)를 지원하지만, 실제 잠재 고객에게 도달하는 핵심 통로인 SNS 콘텐츠가 여전히 영어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비중 1위인 일본(약 44만 명)과 2위인 중국(약 26만 명) 시장을 고려할 때, 이들의 실질적인 방문을 이끌어낼 '바이럴 파이프라인'으로서 해당 언어권에 맞춘 SNS 콘텐츠 접근성 재고가 시급하다.
이 지점에서 대전 중구의 역할은 더욱 명확해진다. 중구는 중구 내부의 의료 인프라(건강검진과 수술 같은 종합병원급 서비스)와의 연계 뿐만아니라, 대전 전역의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대전 광역시 행정의 운영 보조에 발맞추어 '개성 있는 로컬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대전 지역성의 중심축을 담당해야 한다. 의료 서비스를 위해 대전을 찾은 외국인에게 치료 그 이상의 '대전다운 삶'을 제안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는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의료 관광 인프라가 저마다의 활동을 하고 있으나, 로컬 상권의 매력과 의료 관광 인프라, 그리고 행정의 지원이 유기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면 그 시너지는 강력할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이미 '트렌디한 로컬'로 각인된 중구의 이미지는 외국인 의료 관광객들에게도 대체 불가능한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 무엇보다 소비력이 높은 의료 관광객들이 며칠간 중구에 체류하며 생활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이는 중구 상권의 고질적인 약점인 '평일 매출 공백'을 메우는 결정적인 선순환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마치며
현대의 관광 산업은 개별 점포나 단일 상권의 매력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우리가 익히 아는 뉴욕, 도쿄, 파리 등 세계적인 관광 도시들 역시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지역 상권과 인프라가 행정의 보조를 통해 유기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이 다양한 지역과 경쟁력있는 자원이 행정 지원을 통해 이러한 관광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도시는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다층적인 매력을 전달하며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대전광역시 또한 현재 의료관광을 비롯한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행정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중구의 상권은 단순히 개별 상점의 집합을 넘어, 행정 및 대전 내 다양한 인프라와 긴밀히 교류하며 대전 관광 거버넌스의 핵심 축으로 활동해야 한다. 로컬의 자생적 다양성과 행정의 시스템이 맞물릴 때, 중구는 비로소 '평일의 공백'을 메우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로컬의 전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중구의 은행선화동과 대흥동이 가진 구체적인 로컬의 매력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각 브랜드가 저마다의 취향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이들이 한데 어우러질 때, 로컬 상권은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다. 대전 중구의 골목마다 어떠한 '취향'이 숨 쉬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다음 뉴스레터에서 추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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