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지 뉴스레터 5회: 미술관 옆 박물관이 살아있다.
화성행궁의 야간 개장 '달빛화담'은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행궁동으로 이끌었다. 그렇다면, 특별한 경험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화성행궁만을 찾았을까?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수원화성박물관은 2023년 수원의 주요 관광지 5위에 올랐다. 사람들은 수원화성에서의 깊은 역사적 체험을 마무리하며 자연스럽게 화성박물관으로 향한다. 지역의 공공문화시설과 연계해 행궁동 상권이 이 심리적 연결을 확장하여,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자.
행궁동의 대표적 관광지 화성행궁은 야간 개장 프로그램인 ‘달빛화담’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밤하늘 아래 조명이 비추는 행궁의 모습은 SNS에서 화제를 모았고, 많은 방문객이 이 특별한 경험을 위해 행궁동을 찾았다. 그렇다면, 행궁동의 또 다른 문화관광시설은 어떨까? 화성행궁뿐 아니라 주변 공공문화시설 역시 지역에서 중요한 문화적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행궁동 내 여러 문화관광시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들이 가진 영향력을 분석해본다.
1. 숨겨진 문화 거점, 화성박물관의 약진과 기대감의 심리
주요 키워드
- 화성박물관
- 기대연상

행궁동의 중심, 화성행궁은 매년 수많은 방문객으로 붐빈다. 올해 여름에도 ‘달빛화담’ 야간 개장을 통해 더 늦게까지 행궁동에 머물며 다채로운 문화 경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 덕분에 화성행궁은 수원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이번 통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화 거점이 부각되었다. 주변 상권에서 떨어진 위치에 조용히 자리한 수원화성박물관이 수원의 주요 관광지 중 5위에 오른 것이다.
사람들은 왜 화성박물관까지 발길을 옮긴 것일까? 수원화성에서 역사와 유산을 생생히 접한 방문객들은 그 경험을 마무리할 장소로 자연스럽게 화성박물관을 떠올리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대연상”이라 한다. 즉, 수원화성에서의 역사적 몰입이 화성박물관을 “여기까지 왔으니 함께 봐야 할 다음 장소”로 기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수원화성의 스토리가 화성박물관에서 더욱 구체화되면서 하나의 일관된 경험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특히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기대연상이 뚜렷하다. 수원화성은 학습 여행지로 인기가 높아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인솔해 방문하는데, 기획자나 인솔자들은 교육의 완결성을 위해 화성박물관을 루트에 포함한다. 수원화성에서 접한 역사적 맥락을 화성박물관에서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두 공간을 통해 역사적 경험을 더욱 완결된 형태로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방문객의 흐름은 단순히 화성박물관의 위치적 이점이 아니라, 행궁동 내에서 수원화성과 화성박물관이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행궁동 상권이 화성박물관과 결을 맞추는 기획을 한다면 이 기대연상을 상권 활성화로 연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 체험을 할 수 있는 카페나 역사적 테마를 살린 공간이 화성박물관의 로비 공간과 연계된다면, 방문객들이 기대한 흐름을 이어가며 또 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행궁동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상권과 문화 거점이 서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
화성박물관의 약진은 방문객들이 수원화성에서 화성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경험을 통해 행궁동을 더욱 깊이 탐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수원시립미술관의 반등과 방문객 증가 요인
주요 키워드
- 수원시립미술관
- 브랜드 인지도 상승

행궁동의 역사적 매력을 담당하는 화성행궁과 수원화성박물관이 있다면, 수원시립미술관은 이곳에 현대적 감각과 예술적 다양성을 더해주는 공간이다. 특히 2023년 통계에서는 수원시립미술관의 눈에 띄는 성장이 포착되었다.
지난 4년간 수원시립미술관의 방문객 수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140,222명으로 수원화성박물관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이 급성장의 배경에는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열린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전시가 있었다. 오스트리아 조각가 에르빈 부름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으로, 11미터 길이의 <사순절 천>, 상징적인 작품 <팻 컨버터블>을 포함해 사진,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출처: ‘아이스 헤드(Ice Head)’, 2003_수원시립미술관
이 전시는 현대미술 전시이자 체험형 전시로, 방문객들이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그 안에서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관람객들은 전시를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의 일부가 되어 즐겼다. 이는 특히 MZ세대(Gen Z와 밀레니얼 세대)에게 강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평소와 다른 관점으로 조각을 경험하게 하는 독특한 작품들이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이들은 전시장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활발히 공유했다.

SNS 바이럴 효과는 곧바로 네이버 검색지수에서 반영되었다. 전시가 시작된 후, 2023년 초 수원시립미술관의 검색지수는 평소보다 크게 상승했고, 특히 2월에는 검색지수가 2022년 평균 검색지수의 약 5배에 이르렀다. 이러한 온라인 바이럴 효과는 수원시립미술관을 단순히 관람 공간을 넘어, 개성과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트렌디한 체험 공간으로 자리잡게 했다. 관람객들은 에르빈 부름의 작품 속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이를 공유하며, 수원시립미술관을 새로운 문화적 핫플레이스로 만들어갔다.

그 결과, 수원시립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관람 공간을 넘어, 방문객들이 개성과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트렌디한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변화는 단순히 일시적인 인기에 그치지 않았다. 에르빈 부름 전시를 통해 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원시립미술관의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사람들이 미술관의 프로그램을 더 신뢰하고, 새로운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수원시립미술관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기획전들을 진행할 때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미술관의 기획전과 프로그램들은 방문객들에게 꾸준히 신뢰를 쌓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 계획을 세우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결국 에르빈 부름 전시는 단순히 일회성 인기를 끌었던 전시가 아니라, 수원시립미술관의 가치를 재정립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3. 한겨울과 한여름, 행궁동이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주요 키워드
- 박물관은 방학
- 공동의 움직임

행궁동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봄과 가을, 선선한 날씨가 계속되는 계절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한여름과 한겨울이 찾아오면 그 활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기온의 극단적인 변화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대형 쇼핑몰 같은 쾌적한 실내 공간으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궁동에는 대형 쇼핑 공간이 없다. 이러한 계절적 약세는 행궁동의 활기를 일시적으로 잃게 만든다. 그러나 이 패턴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인다.

여름과 겨울 방학 시즌에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네이버 검색 데이터는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방학을 맞은 가족 단위 방문객과 학생들이 단순한 실내 공간이 아닌, 학습과 체험이 결합된 의미 있는 장소를 찾고 있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방학 동안 더위를 피해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대형 쇼핑몰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실내에서 특별한 경험을 제공받기 위해 문화시설을 찾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궁동에는 그런 대형 공간이 없지만, 그것이 행궁동의 개성이기도 하다. 대형 쇼핑몰이 줄 수 없는 특별한 매력, 바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행궁동 곳곳에 깃들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매력을 한겨울과 한여름에도 사람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특별 프로그램이 계절적 약세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이라는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 이 책임을 공공문화시설에만 맡기기엔 무리가 있다. 행궁동의 활기를 지키는 일은 단지 공공문화시설의 몫이 아니라, 주민과 상인들이 함께 만드는 움직임으로 가능해진다.
행궁동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과 상인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미 다양한 이야기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가진 자원에 상인들이 만들어내는 개성과 창의성이 더해진다면, 행궁동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문화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박물관의 특별 전시가 있을 때, 인근 상점에서 전시와 연계된 소규모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거나, 미술관과 주변 상가들이 방학 시즌을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행궁동의 주민과 상인들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내고, 공공문화시설과 함께 협력해 나간다. 그들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가 된다.
이러한 공동의 움직임이 만들어질 때, 계절에 상관없이 행궁동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도, 박물관과 미술관이 중심이 되어 주민과 상인들이 함께 만드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행궁동을 사계절 내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여기에는 단지 관광을 넘어서,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유대감이 깊어지는 특별한 가치가 깃들게 된다.
결국, 행궁동의 계절적 약세를 보완하는 방법은 단순히 특별한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동의 노력이 쌓여, 행궁동을 더 강하고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주민과 상인, 그리고 공공문화시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내는 변화의 움직임은, 봄과 가을을 넘어서 여름과 겨울에도 사람들이 찾고 싶은 행궁동으로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마치며
행궁동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문화적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행궁동의 공공문화시설은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고, 때로는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연결고리가 되어왔다. 화성박물관을 찾는 발걸음에서 시작된 역사적 경험의 연장선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이루어진 SNS 바이럴로 이어지며 행궁동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선, 단지 프로그램과 전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행궁동을 둘러싼 사람들, 주민과 상인들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이 지역의 잠재력이 완전히 꽃을 피울 것이다. 그들의 개성과 아이디어가 더해진다면, 행궁동은 계절에 관계없이 방문객들을 맞이할 수 있는 사계절의 문화지구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이러한 공동의 움직임이 어떻게 구체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욱 깊이 탐구해보고자 한다. 행궁동의 주민과 상인, 공공문화시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 그들이 만들어낼 행궁동의 특별한 문화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 계절의 한계를 뛰어넘는 행궁동의 변화를 함께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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