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인터뷰 시리즈 1편: [파닥파닥클럽] 행궁동의 저녁은 재즈로 채워질 수 있을까?
들어가며
행궁동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오래된 성곽과 주택을 개조한 카페가 겹쳐진 풍경, 주말이면 거리를 가득 메우는 방문객의 숫자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상권은 그 안에 생동하는 브랜드들의 총합 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권은 평당 1,000만원 같은 부동산 개념이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가게들이 모여 만드는 하나의 생태계다.
로컬디인은 그동안 데이터를 통해 행궁동이라는 생태계의 움직임을 읽고, 상인들에게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전달해왔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가능성의 지점에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로 했다. 로컬디인의 ‘인터뷰 시리즈’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 동안 행궁동을 읽으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행궁동 브랜드와 대화를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인터뷰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삼았다. 이것이 수많은 인터뷰 콘텐츠 속에서 로컬디인이 지키고자 하는 차별점이다.
그 첫 번째 여정으로 수원 남수동의 재즈클럽, ‘파닥파닥클럽’을 찾았다. 주말 저녁이면 라이브 재즈 선율을 찾아온 이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행궁동 상권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만들어가고 있다. 파닥파닥클럽이 품고 있던 이야기와 꿈, 그것을 뒷받침하는 재미있는 데이터 그리고 그 너머의 사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1장: ‘파닥파닥’, 이름에 담긴 다정함

‘파닥파닥클럽’. 처음 듣는 사람은 재즈클럽을 쉽게 떠올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이름 대신, 병아리의 날개짓 같은 의태어를 택했다. 이 독특한 이름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첫 번째 단추이다.
파닥파닥클럽은 이름이 주는 느낌을 이렇게 설명했다.
“직관적으로 재즈 클럽 같지 않아서 오히려 더 친근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을 줘요. 이름 자체로 다정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다정함’은 파닥파닥클럽의 감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감성은 단순한 분위기를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자산이 되었다.
사람들이 행궁동에서 재즈를 즐기기 위해 검색창에 ‘수원 재즈클럽’이나 ‘행궁동 재즈클럽’ 같은 일반적인 키워드를 검색 하기보다, ‘파닥파닥클럽’이라는 이름을 직접 검색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는 방문객들이 막연히 재즈를 들을 수 있는 곳을 찾는 단계를 넘어, ‘파닥파닥클럽’이라는 특정 브랜드를 명확한 목적지로 인식하고 찾아온다는 의미다. 단기간에 지역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 다정한 힘은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에게까지 이어진다. 클럽 대표는 연주자들의 말을 빌려 이곳의 특별한 분위기를 전했다.
“연주자들은 작은 공연장 사이즈에 비해 기대 이상의 사운드 세팅에 놀라고, 만석에 두 번 놀란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서 인상깊다고 말해준다.”
뉴욕의 유명 재즈클럽처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지는 못하지만, 파닥파닥클럽은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의 숨소리를 느끼며 교감하는 다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파닥파닥’이라는, 조금은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이름이 시작 이었다.
2장: 진짜 재즈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파닥파닥클럽은 ‘진짜 재즈’를 만나는 곳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진짜’라는 말은 때로 모호하게 들린다. 무엇이 이곳의 재즈를 진짜로 만드는 걸까. 그 답은 화려한 연주나 값비싼 장비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한 ‘태도’에 있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작은 재즈클럽을 생각하고 왔다가, 예상보다 훨씬 실력 있거나 유명한 연주자들의 공연에 놀라곤 한다. 연주자들 역시 작은 공간에서 기대 이상의 풍성한 사운드를 경험하며 만족감을 표한다. 이 모든 경험의 중심에는 소리를 대하는 파닥파닥클럽의 진지한 태도가 있다.
“공간적으로 나무 벽과 카펫 바닥을 사용해 소리를 최대한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준수한 장비를 갖추고, 연주자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연에 임할 수 있도록 리허설 부터 연주가 진행되는 내내 음향을 챙긴다.”
클럽 대표는 이것이 ‘태도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리허설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다른 공연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공연 전 사운드 체크부터 연주자의 동선까지 세심하게 조율한다. 연주자에 대한 존중이 담긴 이 태도는 고스란히 공연의 질로 이어진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 관객에게 ‘몰입되는 순간’을 선물하는 것. 연주자의 작은 숨소리 하나, 악기의 미세한 떨림까지 생생하게 전달되는 공간에서 관객은 온전히 음악에 빠져든다. 이것이 파닥파닥클럽이 ‘진짜 재즈’를 만들어가는 태도이다. 단순히 음악을 배경음악처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소리의 감각에 집중하길 바라면서 음식 냄새가 나는 따뜻한 음식 매출도 내려놓았다. 그 경험을 만들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과 태도가 파닥파닥클럽을 단순한 ‘재즈바’가 아닌, 존중받는 ‘재즈클럽’으로 만들고 있다.
3장: 행궁동의 평일이라는 미지의 땅과 데이터라는 나침반
파닥파닥클럽 대표는 주말을 넘어 평일에도 매일 라이브 공연을 여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한다. 집 앞에서 커피를 마시듯, 누구나 일상에서 편안하게 재즈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진짜 재즈는 일상에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의 말에는 굳은 신념보다는 삶의 방식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아 보였다. 주말과 달리 평일 저녁 행궁동의 거리는 한산하다. 유동 인구가 적은 평일에 매일 공연을 연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질 수 있다. 과연 평일 저녁, 이 작은 클럽의 객석을 채울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고개를 저을지도 모른다.

이 지점에서 데이터는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행궁동 방문객이 가장 적은 평일의 '행궁동' 검색지수도, 재즈공연의 대표 키워드인 '재즈바'나, 국내 재즈공연장의 상징과도 같은 ‘올댓재즈’의 주말 최고 검색량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걱정스러운 ‘행궁동의 비수기 평일’은, 사실 재즈라는 특정 분야의 ‘최성수기 주말’보다 훨씬 더 큰 시장 규모와 잠재 고객을 품고 있다. 문제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행궁동의 평일 저녁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들르고, 성곽길을 산책하는 그 거대한 잠재 고객 시장 안에서, 정규 라이브 재즈라는 특별한 경험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파닥파닥클럽이 유일하다.
따라서 평일 공연의 성공 여부는 ‘과연 사람이 있을까?’라는 존재의 문제가 아니다. 질문은 ‘이미 행궁동에 와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어떻게 알리고, 저녁 시간을 우리와 함께하도록 제안할 것인가?’라는 마케팅과 전환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데이터는 평일 공연이 막연한 꿈이 아니라,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회의 땅’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4장: 문밖의 손님에게 말을 거는 법

데이터가 가리킨 방향은 클럽 내부가 아닌 외부, 행궁동이라는 지역 상권 그 자체였다. 파닥파닥클럽의 다음 단계는 남수동이라는 문을 열고 나가서, 행궁동 메인상권에 있는 잠재 고객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행궁동을 찾은 방문객들은 보통 저녁 식사를 하고, 카페를 찾거나, 주변을 산책하며 다음 행선지를 고민한다. 이들의 자연스러운 동선 속에 파닥파닥클럽을 노출시키는 것이 평일 공연 성공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행궁동의 인기 있는 식당이나 카페와 협력하여 QR코드가 인쇄된 작은 리플릿이나 포스터를 비치하는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전단지를 배포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녁 식사를 만족스럽게 마친 후 “이제 뭐 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저녁, 바로 이 근처에서 라이브 재즈 어때요?”라는 아주 시의적절하고 매력적인 제안을 건네는 것과 같다. QR코드를 통해 오늘의 라인업과 공연 시간을 손쉽게 확인하고, 몇 걸음만 옮기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의 발걸음을 클럽으로 향하게 할 충분한 동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권 연계 전략은 ‘일상에서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재즈 클럽’을 만들고 싶다는 파닥파닥클럽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재즈를 즐기기 위해 특별한 날을 잡고 멀리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행궁동에서의 저녁 식사 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코스로 자리 잡는 것. 이것이야말로 재즈가 일상이 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파닥파닥클럽 역시 지역 내 다른 공간과의 협업을 긍정적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식당 영수증을 가져오면 할인을 해주거나, 수원의 다른 음악 공간들과 함께 ‘파닥파닥 맵’을 만들어 상호 홍보하는 아이디어 등이 그것이다. 이미 스스로를 증명한 브랜드 파워와 문밖에 있는 거대한 잠재 고객. 이 둘을 연결할 다리만 놓는다면, 행궁동의 평일 저녁을 재즈의 선율로 채우는 것이 꿈이 아니다.
마치며

독특한 이름이 가진 다정한 힘, ‘진짜 재즈’를 향한 진지한 태도,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데이터의 이야기 까지. 파닥파닥클럽이 매일 밤 재즈의 선율로 행궁동을 채울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진짜 재즈는 일상에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비전은 이제 구체적인 전략과 함께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하지만 인터뷰 말미에, 클럽 대표는 가장 현실적이고 가까운 고민을 털어놓았다. 데이터나 마케팅 전략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아주 인간적인 문제였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사실 윗집에 사람이 거주한다. 양해해 주셔서 다행히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항상 조심하려고 한다. 가장 가까운 위기는 우리가 매일 공연하는 곳이 되었을 때 이웃에 어떻게 이야기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직은 관계를 잘 만들고 있지만, 솔직히 쫄리는 부분이 있다.”
클럽의 가장 큰 꿈인 ‘매일의 공연’이 실현되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할 과제는 바로 위층에 사는 이웃의 ‘매일의 삶’이다. 재즈가 누군가의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당연하지만 어려운 숙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주거지에서 급격하게 상권이 된 행궁동에서 많은 브랜드가 고민하는 지점이다.
결국 파닥파닥클럽의 미래는 문밖의 손님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와 동시에, 바로 한 층 위의 이웃과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달려있다. 저녁을 재즈로 채워나가는 여정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조율해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2달의 시간이 지났다. 파닥파닥클럽은 금요일~일요일 동안 운영하는 ‘주말째즈클럽’에서 수요일~일요일까지 주중 공연도 진행하는 ‘째즈클럽’이 되었다. 다정한 재즈클럽의 가장 큰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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