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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로컬 뉴스레터

행궁동 인터뷰 시리즈 2편: [참좋은수다] 행궁동의 길목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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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7일 13 min
행궁동 인터뷰 시리즈 2편: [참좋은수다] 행궁동의 길목에서 길을 묻다
출처: 참좋은수다

들어가며

행궁동(행리단길) 상권이 시작되는 길목,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자리에 ‘지구인의 놀이터’가 있다. 행궁동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하지만 모두가 지나가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오히려 그 안의 진짜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이 가게의 이야기는 이름이 세 개인 데서 시작한다. 간판은 ‘지구인의 놀이터’지만, 그 뿌리는 ‘참좋은수다’라는 여성 창업 협동조합에 닿아있다. 그리고 이들의 첫 무대는 플리마켓이었고,  ‘마켓여유’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활동 중 이다. 이 이름들은 하나의 공동체가 걸어온 소중한 시간과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 훈장과 같다.

로컬디인은 데이터를 통해 행궁동이라는 생태계의 움직임을 읽고, 상인들에게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전달해왔다. 그동안 행궁동을 읽으며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만들어가는 행궁동 인터뷰 시리즈는 ‘함께 고민하는 인터뷰어’라는 마음가짐을 지키고자 한다. 그 두 번째 여정으로 ‘참좋은수다’를 찾았다. 이곳이 품고 있는 따뜻한 진심과 고민,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1장: 세 개의 이름에 담긴 따뜻한 마음

출처: 참좋은수다

‘지구인의 놀이터’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시작점인 ‘참좋은수다’의 이야기부터 들어봐야 한다. 참좋은수다는 길가에 핀 계란꽃 같은 공동체다. 인터뷰에서 참좋은 수다의 김민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만 있으면 힘이 없지만, 몰려 있을 때 힘이 되는 계란꽃을 생각하며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꽃잎 하나하나가 모여 참좋은수다라는 조합이 된 거죠.”

이 비유 속에 공동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던 여성들이 플리마켓을 통해 세상으로 나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모여 하나의 협동조합이라는 더 큰 힘을 만들어냈다. ‘참좋은수다’는 이들에게 단순한 사업체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지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름이다.

이 성장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 개의 이름이 생겨났다.

참좋은수다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과 연대를 꿈꾸는 협동조합이다. 그리고 마켓여유는  조합원들이 만든 핸드메이드 물건을 세상에 선보이는 무대다. 창작자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소중한 기회였다. 마지막으로, 지구인의 놀이터는 흩어져 있던 활동을 한데 모으는, ‘참좋은 수다’의 중심 공간이다. 코로나로 마켓을 열 수 없게 되자, 창작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소중한 거점이다.

‘참좋은수다’에서 ‘마켓여유’를 거쳐 ‘지구인의 놀이터’로 이어진 흐름은 어떤 정교한 사업계획의 산물이 아니다. 서로를 지켜온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다. 그래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진심과 깊이가 있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처음 오는 손님에게 더 쉽고 다정하게 들려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2장: ‘무해함’이라는 소중한 약속

출처: 참좋은수다

‘참좋은수다’의 거점인 ‘지구인의 놀이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해함’이다.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무해한 창작자들의 모임’이자 그들의 가치를 나누는 놀이터가 되기를 꿈꾼다. 제로웨이스트, 핸드메이드, 여성 창작자들의 연대. 이 가치들이 공간의 모든 것에 스며있다. 이 따뜻한 마음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인터뷰에서 김민정 대표는 진솔한 고민을 들려주었다.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창작자와 행궁동의 20대 MZ 소비자의 언어 중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소개해야 진솔한 우리의 모습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이예요” 

안에서는 스스로를 ‘무해한 창작자의 놀이터’라고 생각하지만, 밖에서는 그저 또 하나의 ‘소품샵’으로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브랜딩이 잘 안되고 있다”거나, 현재 매장이 “조합의 30~40%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솔직한 말에서 이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가 느껴졌다. 자신들이 가진 좋은 가치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제로웨이스트’나 ‘핸드메이드’ 같은 말들은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한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물건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려 한다. “우리는 제로웨이스트 샵입니다”라는 설명 대신, “이곳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예쁜 선물을 고르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라고 말을 건네는 것처럼 말이다.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3장: 더 넓은 지구로 향하는 참좋은수다

‘지구인의 놀이터’가 더 넓은 세상과 만나기 위해, 시장의 목소리를 데이터로 함께 들어보았다. 먼저 행궁동의 인기 소품샵 ‘뮤니버스’와 네이버 검색량을 비교했다.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데이터 출처: 지구인의놀이터-ㅁ니버스_2001-2509_검색지수_네이버 DataLab

이 그래프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행궁동에 오기 전 무언가를 검색하는 그 첫 단계에서, ‘지구인의 놀이터’가 더 많이 발견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좋은 뜻과 멋진 물건을 품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즐거운 과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을까? 행궁동에는 많은 소품샵이 있다. 그런데 소품샵이 왜 이렇게 많을까? 불과 5년전만 해도 편집샵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행궁동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어떤 단어로 검색하는지 살펴보니, 우리가 써야 할 말이 보였다. ‘소품샵’과 ‘편집샵’의 검색량은 큰 차이를 보였다.

데이터 출처: 소품샵-편집샵-핸드메이드-제로웨이스트_2001-2509_검색지수_네이버 DataLab

시장은 ‘소품샵’이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구경하고 싶은 예쁜 가게를 ‘소품샵’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편집샵’은 유행이 사그라 들었다. ‘핸드메이드’, ‘제로웨이스트’ 같은 소중한 가치들이 담긴 단어들은 행궁동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는 아직 조금 낯선 언어였다. ‘제로웨이스트’나 ‘핸드메이드’ 같은 가치를 바꾸라는 뜻이 아니다. 이 가치들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에게 보여줄 ‘보물’이다. 그 문을 여는 가장 쉬운 열쇠가 바로 ‘소품샵’이라는, 시장이 이미 쓰고 있는 친근한 이름이다. ‘지구인의 놀이터’가 더 많은 사람과 만나기 위한 방법은 명확해 보였다. 시장의 언어로 다정하게 인사를 건내며, 안으로 초대하면 어떨까?

첫걸음은 행궁동 초입이라는 좋은 위치를 살려, 방문객을 맞는 ‘기분 좋은 소품샵’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본래의 가치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에게 그 가치를 전하기 위해, 사람들이 가장 쉽게 알아듣는 언어로 환영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예쁜 소품샵’을 찾아왔다가, 그 안에 담긴 더 깊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로웨이스트’, ‘핸드메이드’,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는 어려운 설명이 아니라, 다른 가게와 우리를 구별해 주는 특별하고 깊이있는 이야기가 된다. 손님들은 예쁜 물건에 끌려 들어왔다가, 그 안에 담긴 좋은 가치와 따뜻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험은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기분 좋은 일에 함께했다는 만족감을 준다.

이러한 변화는 ‘참좋은수다’가 꿈꾸는 더 큰 목표와도 이어진다. 인터뷰에서 박민정 대표는 참좋은수다가 ‘여성창업의 메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랑받는 ‘소품샵’이 되는 것은 이 꿈을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많은 사람에게 여성 창작자들의 제품을 알리고, 안정적인 수익으로 더 많은 여성에게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언어로 인사를 건내는 것은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기분좋은 발걸음이다.

마치며

출처: 참좋은수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진솔한 대화 끝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박민정 대표가 전해준 손님들의 기분좋은 모습 이었다. 20대의 딸이 엄마가 좋아할 것같아서 엄마와 손을 잡고 ‘지구인의 놀이터’에 들어오는 모습. ‘엄마와 함께 오고 싶은 가게’. 이 한마디가 브랜드의 모든 이야기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 같았다.

길가의 계란꽃처럼 모여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시작, 세 개의 이름을 갖게 된 성장통, 그리고 변화하는 행궁동에서 고민하는 모습까지. 이 모든 여정은 결국 하나의 마음으로 이어진다. 세대를 넘어 서로의 취향을 나누고, 가치 있는 소비의 즐거움이 함께하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 성장통이라고 했던 이름인 ‘참좋은수다’, ‘마켓여유’, ‘지구인의 놀이터’. 세 개의 이름의 진짜 가치는 이 공동체가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까 하는 그 고민 자체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 

‘소품샵’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는 것은 더 많은 ‘지구인’들이 즐겁게 어울리는 진짜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그리고 엄마가 지켜온 소중한 가치가 딸 의 즐거운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이 다정한 브랜드가 소중하게 지켜온 가치도 행궁동에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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