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로컬 뉴스레터 11회: 남문시장의 두 얼굴, 데이터가 발견한 ‘밤’이라는 새로운 가능성(1부)
들어가며
주말의 행궁동 골목을 한번 상상해보자. 갓 구운 빵 냄새와 커피 향이 공기를 채우고, 감각적인 쇼룸과 아기자기한 식당 앞에는 설레는 기다림의 줄이 이어진다. 골목마다 젊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공간의 일부가 되어 반짝이는 순간을 기록한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행궁동의 눈부신 현재이다.
그런 행궁동 중심상권에서 몇백 미터만 걸음을 옮기면, 전혀 다른 시간의 결을 마주하게 된다. 수십 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노포와 왁자지껄한 흥정 소리, 사람 냄새나는 활기가 넘치는 곳, 남문시장이다. 이곳은 오랜 시간 수원 시민들의 식탁을 채우고 삶의 애환을 나누던 도시의 심장 같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 때문일까?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남문시장의 풍경은 점차 '부모님 세대의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일상의 필요를 해결하던 '생활형 시장'의 역할은 서서히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오래된 것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새로운 것의 등장을 원인으로 꼽는다. ‘전통시장의 위기는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 때문’이라는 진단처럼 말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의 또다른 이유가 외부의 강력한 경쟁자가 아니라, 남문시장의 가치를 설명하는 ‘언어’의 유통기한이 지났기 때문이라면 어떨까?
이제 놓치고 있던 질문을 던져 보자. "행궁동을 찾아온 새로운 시대의 방문객들에게 남문시장의 매력을 어떤 언어로 설명해야 하는가?" 이번 뉴스레터는 오래된 선입견에서 벗어나, 데이터라는 새로운 언어를 통해 남문시장이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1. 데이터가 보여주는 세 개의 선, 하나의 질문
주요 키워드
- 관심
- 괴리
시장의 현재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기록된 데이터이다. 지난 약 8년간(2017-2025)의 검색량 데이터를 보면, 남문시장이 처한 상황이 세 개의 선으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래프의 녹색 선('시장')을 보면, '시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꾸준하며 2020년을 기점으로 완만하게 상승하는 추세이다. 보라색 선('행궁동')은 더욱 극적이다. 2020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이제는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분홍색 선으로 표시된 '수원남문시장'이다. 논리적으로 '수원남문시장'은 '시장'과 '행궁동'의 인기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교집합에 위치하지만, 검색량은 두 키워드의 성장세와 무관하게 수년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것이 바로 남문시장이 마주한 '관심의 괴리(乖離)'이다. 시장을 둘러싼 우호적인 환경과 폭발적인 지역 트렌드로부터 남문시장에 대한 관심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단 하나의 핵심 질문에 도달한다. "왜 사람들은 '시장'과 '행궁동'은 검색하면서, '수원남문시장'은 검색하지 않는가?"
그 해답은 소비자가 각 키워드를 통해 기대하는 '경험'의 차이에 있다. 오늘날 소비자에게 '시장'과 '행궁동'은 더 이상 생필품을 사는 장소가 아닌, 새로운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는 '경험'의 공간이다. 하지만 '수원 남문시장'은 여전히 '장을 보는 생활형 시장'이라는 과거의 인식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인식의 간극이 바로 세 개의 선 사이에 괴리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다.
2. 행궁동의 밤은 남문시장으로 흐를 수 있을까?
주요 키워드
- 인구밀집도
- 계절성 동기화
앞서 데이터의 '괴리' 현상을 통해 남문시장에 새로운 '경험'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그 경험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까? 데이터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시간대를 명확히 보여준다. 바로 '저녁 시간'이다.

2025년 8월 31일 일요일 저녁의 행궁동 일대 인구 밀집도 데이터는 현재 상황과 기회를 동시에 보여준다. 초저녁인 17시(오른쪽 지도)에는 행궁동의 중심상권인 북쪽(장안문~화서문)과 남문시장이 위치한 남쪽_(팔달문) 모두에 활기가 확인된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는 21시(왼쪽 지도)가 되자, 북쪽의 ‘행궁동 중심상권’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지만, 남문시장 주변은 저녁 시간에 인구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패턴을 보인다.
이 데이터는 남문시장의 과제가 ‘없는 수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행궁동의 야간 활력을 남문시장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시장이라는 공간이 가진 잠재력을 활용해 이 야간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가장 효과적인 경험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야시장'이다.
그렇다면 '야시장' 모델은 행궁동의 방문객 특성과 잘 맞을까? '행궁동'과 '야시장' 키워드 검색량의 계절별 패턴을 비교해보면, 두 키워드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과 가을에 함께 상승하고 겨울에 함께 감소하는 뚜렷한 계절성의 동기화를 보인다. 이는 행궁동을 즐겨 찾는 방문객들의 활동 패턴과 야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기가 상당 부분 일치함을 시사하며, '야시장'이라는 콘텐츠가 행궁동의 잠재 수요와 결합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3. 새로운 경험 설계의 조건
주요 키워드
- 상인주도
- 내재적콘텐츠

데이터를 통해 '야시장'이라는 기회의 방향성을 확인했다면, 이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것을 넘어 시장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지려면,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성공적인 경험 설계의 핵심은 '상인 주도성' 이다.
소비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에 시장이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는 상인의 고령화이다. 수십 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에게 기존의 판매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 이는 자연스럽게 가업 승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유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상인 2세들이 기존의 사업 모델 만으로는 가업을 이어받을 동기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경험 모델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야시장'과 같은 시도는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행사를 넘어, 자녀 세대가 시장에서 새로운 비전을 보고 가업을 잇도록 만드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자신의 감각과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판이 열릴 때, 시장은 비로소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기획은 외부 업체가 주도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시장의 상인들, 특히 가업 승계를 고민하고 있는 자녀 세대가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가게와 연계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남문시장의 진짜 자산인 수십 년 손맛의 시장 음식(통닭, 족발, 녹두전, 매운오뎅 등)과 같은 시장의 내재적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선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과거 푸드트럭 사례와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지속가능한 남문시장이 나아갈 길 이다.
마치며
우리는 세 개의 검색지수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관심의 괴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는 남문시장의 가치를 설명하던 기존의 '언어'가, 더 이상 새로운 시대의 방문객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세대는 단절되었고, 시장의 시간은 과거에 머무르는 듯했다.
하지만 데이터는 새로운 가능성의 지도를 함께 보여주었다. 행궁동의 저녁을 가득 채운 활기가 미처 닿지 못하는 곳에 남문시장의 또다른 동력을 만들 기회가 있었다. '야시장'은 단순히 새로운 사업 모델이 아니다. 수십 년동안 꺼지지 않는 활력과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새로운 세대에게 건네는 남문시장의 '새로운 언어'이다. 이 새로운 언어는 시장의 다음 세대에게 '가업을 이어도 괜찮다'고, '이곳에도 미래가 있다'고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응답이 될 수 있다.
어둠이 내린 시장 골목에 다시 불이 켜지면, 맛있는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채워지는 상상. 그것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데이터가 우리에게 알려준 합리적인 다음 걸음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다음 걸음을 현실로 만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다. 남문시장은 어떻게 행궁동의 브랜드 파워와 시너지를 만들 것 인가?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행궁동의 성공 데이터를 더 깊이 분석하고, 두 상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 접목'과 '통합상권'이라는 방법을 탐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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