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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로컬 뉴스레터

행궁동 로컬 뉴스레터 10회: 잘파 세대가 쓰는 벽화마을의 다음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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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5일 11 min
행궁동 로컬 뉴스레터 10회: 잘파 세대가 쓰는 벽화마을의 다음 챕터
출처: 수원시 포토뱅크(http://photo.suwon.go.kr/)


들어가며

데이터는 때로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 뒤에 숨겨진 진실을 보여준다. 여기 두 개의 데이터가 있다. 하나는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하는, 행궁동 벽화마을에 대한 관심의 궤적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그 시점부터 무섭게 상승하기 시작하는, 10대들의 행궁동에 대한 관심의 궤적이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하강하는 선과 상승하는 선이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이는 단순히 한 콘텐츠의 쇠락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도시의 에너지가 어떻게 전이되고, 죽어가는 공간이 어떻게 새로운 컨텍스트를 만나 되살아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궁동의 상징이었던 벽화의 시대가 저물고, 학생 수 감소로 텅 비어가던 하굣길 위로 행궁동 전체의 ‘힙’한 에너지가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길을 걷는 Z세대와 알파 세대, 즉 ‘잘파 세대’가 그 에너지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새로운 문화를 싹틔우고 있다. 잊혀진 벽화마을에서 포착된 이 데이터의 교차점은, 행궁동의 다음 10년을 이끌어갈 가장 강력한 기회의 신호탄이다.



1. 잊혀가는 벽화, 그러나 기회가 된 '빈 공간'


주요 키워드

  • 벽화마을
  • 검색지수하락
<데이터 출처: 행궁동 벽화마을_16Q1-25Q2_네이버DataLab 검색어트랜드>

네이버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행궁동 벽화마을’의 검색지수는 2020년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다. 한때 ‘행궁동’ 전체의 검색량을 견인할 만큼 강력한 콘텐츠였지만, 이제는 그 힘을 완전히 잃었다. 특히 행궁동 전체의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2020년 이후, 두 키워드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며 벽화마을이 행궁동의 성장세에서 소외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벽화라는 물리적 콘텐츠의 매력 저하와 함께, 행궁동의 정체성이 ‘벽화’에서 ‘힙한 카페와 맛집’으로 넘어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데이터 출처: 행궁동-행궁동 벽화마을_16Q1-25Q2_네이버DataLab 검색어트랜드>

그러나 이 ‘콘텐츠의 공백’ 상태가 오히려 벽화마을의 새로운 잠재력이 되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포화 상태의 경쟁을 피해 새로운 기회를 찾는 소상공인들에게, 메인 상권과 인접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가진 벽화마을은 최적의 대안이다. 더 이상 특정 콘텐츠(벽화)에 얽매이지 않게 된 ‘빈 공간’이라는 특성은, 어떤 새로운 실험도 가능한 ‘테스트베드’로서의 가치를 부여한다.

실제로 주요 방문객인 20~30대 여성들은 벽화마을을 행궁동의 끝자락이 아닌, ‘범(汎) 행궁동’ 권역의 일부로 인식한다. ‘행궁동 데이트’, ‘행궁동 산책’과 같은 포괄적 키워드 검색 시 벽화마을이 여전히 연관 장소로 언급되는 것은, 소비자들이 메인 상권의 경험을 넘어 골목 깊숙이까지 확장된 경험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벽화마을은 콘텐츠는 잃었지만, 행궁동의 후광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경제적 이점을 모두 가진 기회의 땅으로 남아있다.


2. 트렌드를 입은 하굣길, '잘파 세대'를 깨우다

주요 키워드

  • 잘파세대
  • 하굣길 상권

과거 벽화마을의 ‘학교 앞 상권’은 학생 수 감소와 함께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행궁동 전체가 선망의 장소가 되면서, 이곳을 지나는 ‘하굣길’이라는 행위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친구들과 트렌드의 중심지를 걷는다는 경험은 10대들에게 새로운 놀이이자 문화가 된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Z세대에 이어 알파 세대까지 아우르는, 즉 ‘잘파 세대’라 불리는 새로운 소비 권력이 있다.

<출처: 로컬디인>

잘파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을 경험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다. 이들에게 오프라인 공간은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배경이자 무대이다. 이들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 모든 경험의 과정과 결과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다. 행궁동 메인 상권에 무인 포토 스튜디오와 아기자기한 소품샵이 급증한 것은, 바로 이러한 잘파 세대의 ‘경험 소비’와 ‘기록 강박’이라는 특징에 정확히 부응한 결과이다.

이러한 흐름은 10대들의 ‘행궁동’ 관련 네이버 검색 지수 추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행궁동 붐업이 본격화된 2022년을 기점으로 10대의 검색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행궁동을 자신들의 문화적 거점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포토부스’, ‘소품샵’과 같은 검색어의 높은 검색지수는 이들이 행궁동을 ‘잘파 세대의 놀이 문법’에 맞는 콘텐츠가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지난 몇 년간의 행궁동 붐업이 쇠퇴하던 하굣길에 트렌디함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혔고, 이는 강력한 잠재 소비층인 잘파 세대의 발걸음을 다시 골목으로 이끌고 있다. 챕터 3에서는 이 거대한 잘파 세대의 흐름 속에서도, 학생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알파 세대가 어떻게 행궁동의 평일 오후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지 더 깊이 탐색하고자 한다.


3. 평일 오후 4시, 3,270명이 만드는 새로운 시장

주요 키워드

  • 알파세대
  • 로컬성과 시간성

뉴스레터 9회에서 다룬 Z세대(19-24세)가 주말에 행궁동을 ‘목적지’로 삼아 외부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이라면, 10대 알파 세대는 이 공간을 일상의 일부로 살아가는 ‘로컬 거주자’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로컬성’과 ‘시간성’이다. 성인처럼 먼 지역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학교 주변 생활권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이들의 주된 활동 시간은 ‘평일 오후 4시 이후’에 집중된다. 이는 주말 장사에 의존해 온 행궁동 상권의 고질적인 약점을 보완하고, 비어 있던 평일 매출을 채울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이다.

<데이터 출처: 행궁동 벽화마을 인근 학생수_2025_학교 알리미(www.schoolinfo.go.kr)>

벽화마을 주변에는 매향중(442명), 삼일중(460명), 삼일고(808명), 삼일공고(944명), 매향여정고(616명) 등 총 3,270명의 잠재 고객이 매일같이 존재한다. 이들의 구성을 면밀히 살펴보면, 벽화마을만을 위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고등학생(2,368명)이 중학생(902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구매력과 자율성을 가진 소비층이 핵심이라는 의미이다. 중학생을 타겟으로 한 전통적인 문구점이나 분식점을 넘어, 고등학생들의 트렌드에 맞는 ‘가성비 패션 소품’, ‘캐릭터 굿즈샵’, 혹은 친구들과 잠시 머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저렴한 ‘보드게임 카페’나 ‘스터디룸’과 같은 공간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둘째, 남학생(1,500명)과 여학생(1,770명)의 비율이 비교적 균등하다. 특히 삼일공고의 남학생(944명)과 매향여정고의 여학생(616명)이라는 뚜렷한 성별 집중도를 가진 학교가 공존한다. 이는 기존의 여성 중심적 소품샵, 카페와는 다른 새로운 시장의 존재를 암시한다. 예를 들어, 삼일공고 남학생들을 겨냥한 ‘웹툰 굿즈 전문점’, ‘콘솔 게임 체험 공간’, ‘스포츠 카드 거래소’ 등은 행궁동 내에서 독보적인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반면, 매향여정고 여학생들을 위해서는 ‘코스메틱 샘플샵’, ‘아이돌 포토카드 교환소’, ‘DIY 액세서리 공방’처럼 더욱 세분화된 취향을 공략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결국, 벽화마을의 미래는 Z세대의 주말 상권과는 다른, 알파 세대의 평일 오후 하굣길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틈새를 어떻게 파고드느냐에 달려있다. 이 3,270명의 학생들은 단순한 유동인구가 아니라, 매일 반복적으로 상권을 경험하며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갈 강력한 커뮤니티이다.


마치며

하나의 선은 내려가고, 하나의 선은 올라간다. 벽화마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들던 바로 그 시간, 이 골목을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 새로운 세대의 관심이 뜨겁게 타올랐다. 이 데이터의 교차는 우리에게 말한다. 도시의 공간은 스스로 죽지 않으며, 다만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아직 벽화마을이 3,270명의 학생들을 위한 거리가 된 것은 아니다. 오후 4시의 하굣길, 학생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벽화마을을 지나 정조로 건너편의 메인 상권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이 매일같이 행궁동의 트렌드를 경험하기 위해 길을 건너는 ‘움직임’과, 온라인상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관심’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신호를 포착했다.

이것은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벽화마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Z세대의 주말 상권과는 다른, 알파 세대의 평일 오후를 채우는 ‘하굣길 상권’의 탄생 가능성. 이곳의 성공은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학생들의 하굣길을 어떤 놀이로 채우고, 그들의 하루를 어떻게 기록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학생들의 검색 기록과 매일의 발걸음이 그려내는 이 생생한 데이터야말로, 색이 바랜 벽화를 대체할 가장 강력한 청사진이다. 아직은 비어있는 이 골목이, 과연 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새로운 문화적 거점이 될 수 있을까? 그 잠재력의 시작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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