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로컬 뉴스레터 12회: 남문시장의 두 얼굴, 데이터가 발견한 ‘밤’이라는 새로운 가능성(2부)
들어가며
지난 11회 뉴스레터에서 우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남문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밤'이라는 시간과 '야시장'이라는 모델을 발견했다. 시장을 둘러싼 우호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정체된 ‘관심의 괴리’ 현상은, 남문시장의 가치를 설명하던 기존의 ‘언어’가 유통기한을 다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행궁동의 꺼지지 않는 저녁 활력 데이터는, 시장 내부의 상인들, 특히 다음 세대가 주도하여 시장 고유의 콘텐츠를 재해석할 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장 내부의 노력만으로 충분한가? 거대한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파도의 흐름을 읽고 그 힘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제 시선을 시장 밖으로 돌려, 11회의 마지막 질문이었던 “남문시장은 어떻게 행궁동의 브랜드 파워와 시너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이는 한 상권이 다른 상권에 의존하거나 종속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체성과 생존, 그리고 성장의 기로에 선 로컬 상권이 서로의 강점을 엮어 더 큰 파이를 만들어내는 '전략적 공존'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번 뉴스레터는 행궁동의 성공 데이터를 분석하고, 남문시장만의 개성이 강력한 브랜드와 결합할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브랜드 접목'과 '통합상권'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본격적으로 탐색한다.
1. 두 개의 타겟, 하나의 열쇠 '행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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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과의 시너지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지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데이터는 남문시장이 반드시 공략해야 할 두 개의 타겟을 명확히 보여주고, 이들을 사로잡을 열쇠가 왜 '행궁동' 브랜드인지 설명한다.
첫 번째 타겟은 ‘경험을 소비하는 외부 방문객(MZ세대)’이다. 이는 행궁동을 지금의 브랜드로 만든 핵심 동력이다. 행궁동(행리단길) 실시간 방문소비 데이터를 보면, 이곳 방문 소비자의 68.5%가 여성이고, 특히 20대 비중이 53.2%로 압도적이다. 이 데이터는 이들이 단순히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사진 찍고 공유할 만한 ‘경험’ 자체를 소비하기 위해 행궁동을 찾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이들에게 ‘전통시장’이라는 언어는 낯설지만, ‘행궁동의 새로운 경험’이라는 언어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두 번째 타겟은 ‘시장의 지도를 바꾼 새로운 이웃’이다. 이들은 남문시장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고객이다. 최근 몇 년간의 팔달 재개발 사업은 남문시장의 소비자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힐ㅇ테이트 푸ㅇ지오 수원(2,586세대), 매교역 푸ㅇ지오 Sㅇ뷰(3,603세대), 수원 센트럴 아ㅇ파크 자ㅇ(3,432세대)에 이어 수원성 중ㅇ S-클ㅇ스(1,154세대)까지, 시장 인근에 총 10,775세대에 달하는 신도시급 주거 벨트가 형성되었다. 수원의 평균 가구원 수인 2.31명을 적용하면, 이는 시장에서 도보나 자전거로 쉽게 접근 가능한 거리에 약 24,700명의 신규 소비자층이 생겨났음을 의미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인구 증가를 넘어 시장의 존립 기반 자체를 재정의하는 거대한 지각 변동이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아파트 평형 구성(59m², 84m² 다수)을 볼 때, 이들은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맞벌이 가구일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에 익숙한 이들에게 생활용품과 신선식품 구매를 위해 남문시장을 찾도록 설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들이 시장과 겪는 문제는 상품의 부재가 아닌, 11회에서 지적한 ‘경험의 부재’에서 오는 근본적인 ‘단절’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발견된다. 이들은 행궁동을 찾는 관광객과 달리,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이는 남문시장이 주말 관광객뿐만 아니라 ‘주중 저녁의 활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이들이 퇴근 후, 혹은 주말 오후에 가족과 함께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가볍게 방문할 수 있는 지역)’ 내에서 남문시장만의 생생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경쟁할 수 있다.
남문시장은 이들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대형마트와 온라인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수원천’과 ‘행궁동’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있다.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와 수원 센트럴 아이파크 자이 등은 수원천과 직접 연결된다. 이들에게 수원천은 아파트 단지의 ‘앞마당’과 같다. 저녁 식사 후 가볍게 산책을 즐기고, 주말 오후 아이들과 훌라후프를 돌리는 일상 동선 위에 남문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만약 산책길의 끝에 잘 큐레이션된 ‘행궁동 야시장’이 열린다면, 이는 이들의 발걸음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
결국 두 타겟 모두에게, ‘행궁동’이라는 브랜드는 남문시장의 진정성을 발견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초대장’ 역할을 한다.
2. 브랜드 접목의 조건: 이름이 아닌 경험을 설계하라
주요 키워드
- 시장 상인과 핫플 상인
- 브랜드 경험
두 타겟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남문시장은 단순히 '행궁동'이라는 이름만 가져와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은 이름에 걸맞은 총체적인 경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브랜드 접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까다로운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두 주체의 건강한 결합’이다. 11회에서 강조했듯, 야시장의 핵심 주체는 남문시장의 상인(특히 가업승계를 원하는 다음 세대)들이다. 이들이 시장의 정체성과 깊이를 담아내야 한다. 여기에 행궁동 메인 상권에서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매력적인 브랜드들이 파트너로 참여해야 한다. 테이크아웃 메뉴 개발이나 브랜드 확장을 준비 중인 브랜드에게 야시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이 두 주체가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며 시너지를 낼 때, 야시장은 ‘행궁동의 트렌디함’과 ‘남문시장의 전통’이 공존하는 대체 불가능한 공간이 된다.

둘째, ‘지속적인 브랜드 경험 관리’이다. ‘행궁동’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높은 기대치를 끊임없이 만족시켜야 할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다. ▲온라인에서의 적극적인 고객 소통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지속적인 상품 개발 ▲타겟 분석에 기반한 합리적 가격 설정 ▲매력적인 공간 연출 등 고도화된 경험 디자인은 필수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상시적인 시스템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상권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민간 주도의 통합상권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3. '행리단길'을 넘어 '행궁동 통합상권'으로
주요 키워드
- 상인주도
- 내재적콘텐츠
남문시장의 ‘행궁동 야시장’ 아이디어는 단일 시장의 부흥을 넘어, 행궁동 전체를 하나의 ‘통합상권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여러 상권이 하나의 이름 아래 묶인다는 것은 낯설고 막연하게 들릴 수 있다. 이 비전이 결코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일본 도쿄의 ‘야네센(谷根千)’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야네센 관광 안내소(https://www.jp-yanesen.com/)>
야네센은 행정구역상 별개인 ‘야나카’, ‘네즈’, ‘센다기’ 세 동네를 ‘옛 도쿄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하나의 통합 브랜드로 묶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거대 자본이나 행정 주도가 아닌, 각 지역의 상인과 주민들이 가진 고유의 자산을 엮어 유기적인 매력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행궁동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야네센’이라는 통합 브랜드는 방문객의 인식을 바꾸었다. ‘야네센’이라는 애칭이 생기면서, 방문객들은 세 동네를 하나의 목적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행리단길’, ‘남문시장’, ‘공방거리’, ‘통닭거리’, '남문 로데오' 등을 아우르는 ‘통합 행궁동’이라는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행궁동에 가면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통합된 경험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또한, 각자의 개성이 모여 더 큰 매력을 만들었다. 야네센의 방문객들은 하나의 목적지만을 찾지 않는다. 야나카 긴자 상점가에서 간식을 먹고, 네즈 신사까지 걸어가 꽃을 구경하며, 센다기 골목의 작은 책방을 발견하는 ‘산책’ 자체를 즐긴다. 상점가(야나카), 사찰(네즈), 문학(센다기) 등 서로 다른 매력이 방문객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이는 행궁동 통합상권의 최종 목표와 완벽하게 부합한다. 즉, 각 상권이 명확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어느정도 자리가 잡힌 행궁동 중심상권은 최신 트렌드를 경험하는 ‘쇼룸’으로, 공방거리는 예술과 손맛을 체험하는 ‘아틀리에’로, 그리고 남문시장은 신선한 재료와 전통 먹거리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야외 미식 공간’으로 기능한다. 또한 각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주변 다른 행궁동 내 상권(남문 로데오, 통닭골목 등)과 연계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의 역할이 명확할 때, 방문객은 행궁동이라는 지역 안에서 질리지 않는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낮에는 행리단길에서, 저녁에는 남문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회유(回遊) 동선’이 만들어지고, 이는 방문객의 체류 시간과 소비를 자연스럽게 증대시킨다.

마지막으로, 야네센의 지속가능성은 상인 주도의 ‘느슨한 연대’에서 나온다. 이는 2장에서 제안한 ‘민간 주도의 상권관리조직’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강력한 통제 기구가 아닌, 각 상권의 상인회가 서로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협력하는 파트너십이 핵심이다. 이 조직은 상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지원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야네센의 교훈은 명확하다. 통합 브랜드는 개성을 평준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매력을 연결하여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것이 바로 행궁동이 지향해야 할 미래다. 남문시장의 ‘야시장’을 시작으로 각 상권이 자신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우리 가게’, ‘우리 골목’만의 생존을 넘어, 행궁동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의 파이를 함께 키우는 진정한 상생이 가능할 것이다.
마치며
지난 1, 2부에 걸쳐 우리는 남문시장이 겪는 ‘관심의 괴리’에서 출발하여 ‘밤’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고, 행궁동과의 ‘전략적 공존’이라는 실행 계획을 고민해 보았다 .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지 알려주었고, 성공적인 브랜드 접목을 위한 까다롭지만 명확한 조건들도 확인했다.
이 모든 분석과 전략은 하나의 결론으로 향한다. 이제 시장 상인의 노력이 제대로 된 방향 위에서 꽃 피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외부 전문가나 관 주도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시장의 다음 세대와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상인들이 함께 손잡고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두려움보다 기대로, 관성보다 용기로 새로운 걸음을 내디딜 때, 남문시장의 밤은 낮보다 밝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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