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로컬 뉴스레터 13회: 장밋빛 미래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 '힙함'은 왜 돈이 되지 않을까?(1부)
들어가며
행궁동은 '2024년 한국 관광의 별(수원 화성&행궁동)'을 받으면서 전국의 관광지가 부러워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 동안의 뉴스레터들을 통해 우리는 행궁동이 문화와 역사를 자산으로 방문객을 유인하며 성장해 온 과정을 목격했다. 낡은 주택가에 스며든 감각적인 가게들, 고즈넉한 돌담길을 따라 흐르는 젊음의 활기. 행궁동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보이며, 그 미래는 의심할 여지 없이 밝아 보였다.
그러나 이 눈부신 성장 이면에서는 구조적인 고민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흔히 행궁동의 과제로 높은 임대료, 즉 젠트리피케이션이 거론되지만, 이는 현상의 일부일 뿐 본질이 아닐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행궁동의 현재 경제 구조가 과연 상인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만큼 튼튼한가에 대한 것이다. 골목을 가득 메운 인파와 온라인의 폭발적인 관심이 개별 상점의 안정적인 수익으로 온전히 전환되고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표면적인 인상을 넘어 데이터가 보여주는 객관적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이번 뉴스레터의 목적은 행궁동의 성공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공이 단단한 뿌리를 내리도록 상권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 보는데 있다. 방문객의 ‘양’이 매출의 ‘양’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1. 행궁동의 위상! : 행궁동 vs 성수동 vs 연남동
주요 키워드
- 한국 관광의 별
- 140만명
행궁동의 인기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2025년 8월 말 기준, 8개월간 행궁동을 찾은 누적 방문객 수는 11,337,967명에 달한다. 월평균 140만 명 이상이 꾸준히 방문한 이 수치는 그 자체로 전국적인 영향력을 시사하지만, 그 위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트렌드의 심장부인 서울 대표 상권과 직접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전체 방문객에 대한 데이터를 보면, 행궁동이 단순한 지역 명소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힙스터의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이 월평균 250만 명 이상이 찾는 압도적인 체급을 자랑하지만, 정말 주목해야 할 지점은 행궁동과 연남동의 관계다. 행궁동은 2025년 들어 단 한 번도 연남동에 방문객 수 우위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상춘객이 몰리는 5월에는 행궁동(약 163만 명)이 연남동(약 120만 명)을 40만 명 이상 앞지르며 격차를 벌렸고, 8개월간의 누적 방문객 수 역시 연남동보다 약 200만 명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우위는 단순히 수치에만 그치지 않고, 상권의 매력도와 성장 패턴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를 드러낸다. 행궁동의 방문객 추이 그래프는 성수동과 유사하게 봄철(3-5월)에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린다. 이는 두 상권이 계절적 요인과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방문객의 트렌드에 성공적으로 부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연남동의 그래프가 상대적으로 평탄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행궁동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그 안의 마을이 가진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서울의 상권과는 다른 매력을 제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방문객 데이터는 행궁동이 ‘수원의 행궁동’이 아닌 ‘대한민국의 행궁동’임을 증명한다. 서울의 핵심 상권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일부 지표에서는 이미 뛰어넘었다는 사실은 행궁동이 ‘전국구 관광지’로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거대한 인파를 끌어모으는 강력한 명성. 그렇다면 이 명성은 과연 상권의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2. 행궁동의 위상? : 행궁동 vs 스타필드 vs 인계동
주요 키워드
- 속빈 강정
- 매출 840만원
행궁동의 평일은 결코 한산하지 않다. 주말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많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2025년 목요일 평균 데이터가 드러낸 상권의 실체는 그 명성과 방문객 수에 걸맞지 않는, 오히려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이 데이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증명한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매출이 특정 시간에 몰리는 '패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권이 벌어들이는 '매출의 절대적인 규모' 그 자체에 있다.
이번 분석은 행궁동, 스타필드, 인계동 모두 방문객이 적은 심야 및 오전 시간(0시~10시)을 제외하고, 상권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간대(오전 11시~밤 12시)를 기준으로 삼았다. 즉, 세 상권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한 셈이다. 목요일 평균, 행궁동의 시간당 매출액은 가장 높은 점심 피크 시간대(오후 1시)에도 1,230만 원에 불과했으며, 오후 4시에는 840만 원까지 하락했다.
같은 시간대를 기준으로 할 때, 그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행궁동의 최고 매출(1,230만 원)은 인계동의 저녁 피크타임(4,720만 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스타필드 수원(피크타임 3,410만 원)과 비교해도 3분의 1에 겨우 미치는 수준이다. 행궁동 상권 전체가 하루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순간의 성과가, 다른 상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모두가 동일하게 활동하는 시간(오전 11시~밤 12시) 동안 벌어들인 총매출을 비교하면, 행궁동의 현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 시간 동안 행궁동이 기록한 목요일 평균 총매출은 9,310만 원에 불과했다. 반면 인계동 박스는 4억 7,090만 원, 스타필드 수원은 2억 6,095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일한 시간 동안 인계동은 행궁동보다 5배, 스타필드는 약 2.8배의 돈을 더 벌어들인 셈이다.
3. 냉정한 성적표 : 경기도 64위의 의미
주요 키워드
- 상권 객관화
- 151개 중에 64위
챕터 2의 비교를 보고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수원의 터줏대감인 인계동과 거대 자본의 상징인 스타필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행궁동에게 가혹한 것 아닌가?” 일리 있는 반문이다. 하지만 시야를 수원이라는 울타리 밖, 경기도 전체로 넓혀보면 이 질문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행궁동의 진짜 문제는 수원의 이 대표 상권들이 경기도 전체에서는 최상위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도 실시간 매출 데이터를 보면, 최상위권은 분당과 고양시 등이 굳건히 지키며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 9월 25일 목요일 오후 5시 기준, 1위인 야탑역 상권은 시간당 매출이 1억 4,520만 원에 달했고, 3위인 서현역 로데오거리 역시 8,618만 원으로 압도적인 경제 규모를 자랑했다.
이런 거대한 리그 안에서 수원의 상권들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같은 시간, 수원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곳은 21위의 인계동 인계박스(3,069만 원)다. 수원의 전통적인 상업 중심지로서 체면을 지켰지만, 경기도 전체로 보면 ‘최상위권’보다는 ‘상위권’에 가깝다.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스타필드 수원은 31위(2,217만 원)에 머물렀다. 그리고 행궁동은 한참이나 뒤처진 64위(856만 원)에 자리했다.
이 순위가 말해주는 바는 명확하다. 행궁동의 경쟁 상대인 인계동과 스타필드는 경기도 전체에서 ‘넘사벽’의 강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궁동은 이들과 비교해 엄청난 매출 격차를 보이며 경기도 151개 주요 상권 중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는 행궁동의 낮은 매출이 단순히 강력한 경쟁자 때문이 아니라, 상권 자체의 경제적 체력이 근본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마치며
“거리는 분명 사람들로 붐비는데, 왜 우리 가게 포스기는 조용할까?” 많은 상인들이 매일같이 던졌을 법한 이 질문에, 이번 데이터는 사장님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월 140만 명이 찾는 명성과 경기도 64위라는 경제적 성적표 사이의 거대한 괴리. 이는 개별 상인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권 전체가 풀어야 할 구조적 숙제이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행궁동의 ‘현실’을 직시했다. 방문객의 발길을 실질적인 매출로 전환시키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은 행궁동 모든 상인의 마음을 갑갑하게 만든다. 이 진단이 비관이나 자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문제를 정확히 아는 것이야말로 해결의 출발점이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둠을 향해 한 발 내딛어 보자. 이곳을 찾는 이들은 구체적으로 누구이며, 어떤 소비를 기대하고 올까? 이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낸 가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심층적인 소비 데이터와 현장의 모습을 통해, 문제를 돌파할 실마리를 모색하려 한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오늘이 더 단단한 내일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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