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로컬 뉴스레터 14회: 장밋빛 미래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 '힙함'은 왜 돈이 되지 않을까?(2부)
들어가며
지난 13회 뉴스레터는 행궁동의 화려한 명성 뒤에 가려진 차가운 현실을 데이터로 직시하는 시간이었다. 월 140만 명의 방문객이라는 전국구 관광지의 위상과 경기도 151개 주요 상권 중 64위라는 경제적 성적표 사이의 거대한 괴리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거리는 붐비는데, 왜 우리 가게 포스기는 조용할까?"라는 상인들의 오랜 물음은 단순한 체감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된 상권의 구조적 숙제임을 확인했다.
이번 14회에서는 그 숙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상권 전체의 성적표를 확인하는 거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권 내부의 돈의 흐름을 시간대별, 업종별로 추적하는 미시적 관점으로 전환한다. ‘왜 돈이 되지 않을까?’라는 문제 제기를 넘어, ‘어떻게 하면 돈이 되게 할 수 있을까?’라는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행궁동이 놓치고 있던 기회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가능성을 탐색해 보자.
1. 15,000명의 발길, 그러나 반 토막 나는 상권의 활력
주요 키워드
- 15,000명
- 소비 공백

상권 분석의 가장 기본은 ‘사람’이다. 데이터는 행궁동의 가장 큰 자산이 꾸준한 유동인구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10월 2일 목요일, 행궁동의 주요 영업시간인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상권 내 유동인구는 시간당 10,000명에서 16,000명 사이를 꾸준히 유지한다. 점심시간의 활기가 한풀 꺾일 오후 4시에도, 저녁 약속을 기다리는 저녁 7시에도 행궁동 골목은 15,000명 안팎의 사람들로 채워진다. 행궁동은 특정 시간에만 반짝하는 상권이 아니라, 온종일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힘을 가진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상권의 활력을 나타내는 시간당 매출 그래프는 유동인구의 꾸준함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매출은 식사 시간인 12~2시, 6~8시에 폭발적으로 솟구쳤다가, 그 외 시간에는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치는 형태를 그린다. 물론 식당들이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오후 시간대에 식사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본질은 ‘식당이 쉬는 시간에도, 거리를 채우는 15,000명의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행궁동의 ‘소비 공백 시간’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방문객들은 행궁동에 머물고 있지만,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소비 활동을 찾지 못하고 있다.
2. 피크타임 vs 브레이크 타임
주요 키워드
- 오후 4시
- 오후 7시
그렇다면 방문객들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고 있을까? 매출이 정점에 달하는 피크 타임과 바닥으로 떨어지는 브레이크 타임, 두 시간대의 업종별 소비 데이터를 통해 행궁동 상권의 내부를 들여다 보자.

먼저 상권이 가장 활발한 저녁 7시의 데이터를 살펴보자. 소비의 중심에는 여성(57%)과 20대(45%)가 있으며, 이들의 지갑은 대부분 F&B에서 열린다. F&B 업종인 ‘중/일/양식’(574만 원)과 ‘한식’(412만 원)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 2위를 기록했고, ‘제과/커피/패스트푸드’(186만 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시간대 행궁동의 경기도 전체 상권 내 실시간 매출 순위는 52위다. 평일 저녁 피크타임임을 감안해도 결코 높은 순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종합 성적표만 보고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상권의 진짜 경쟁력은 업종별 순위에서 드러난다. 주력 업종인 ‘중/일/양식’ 분야에서 행궁동은 경기도 전체 9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행궁동의 F&B, 그중에서도 특정 카테고리가 단순히 지역 맛집 수준을 넘어, 분당이나 판교 같은 최상위 상권과도 견줄 만큼 강력한 ‘킬러 콘텐츠’임을 증명한다. ‘한식’(37위)과 ‘제과/커피/패스트푸드’(21위) 역시 준수한 성적을 보였다.
이번에는 매출이 급락하는 브레이크 타임, 오후 4시의 데이터를 살펴보자. 흥미로운 점은 소비 주체가 더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여성 비율은 60%로, 20대 비율은 50%를 돌파하며 핵심 소비층이 더욱 굳건해진다. 업종별 순위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중/일/양식’이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점심과 저녁 사이의 시간대답게 ‘제과/커피/패스트푸드’가 2위로 약진하고 ‘한식’은 3위로 내려온다. 이는 방문객의 소비 목적이 ‘식사’에서 ‘디저트와 휴식’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패션/잡화’와 ‘의복/의류’는 4, 5위를 차지하며 이 시간대에도 꾸준한 소비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소비 주체와 업종별 선호도를 보면 브레이크 타임의 소비 패턴은 피크타임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행궁동을 찾는 핵심 고객(20대 여성)은 시간대에 따라 식사를 하거나, 카페를 가거나, 소품샵을 둘러보는 유사한 동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브레이크 타임의 매출 급락이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돈을 쓸 곳이 마땅치 않아서’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3. 사라진 800만 원, 행궁동의 숨겨진 기회를 찾아서
주요 키워드
- 문화/레저
- 여행
앞선 챕터에서 확인한 두 시간대의 데이터는 행궁동 상권의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저녁 7시의 시간당 매출은 1,570만 원. 브레이크 타임인 오후 4시의 매출은 790만 원. 상권의 활력은 절반으로 곤두박질쳤지만, 거리를 채운 유동인구는 15,000명 수준으로 거의 동일했다. 이는 방문객 한 명의 소비액, 즉 객단가가 시간대에 따라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는 의미다.
13회 뉴스레터에서 확인했듯, 행궁동의 평일 시간당 최대 매출 1,600만 원은 경기도 상위권 상권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뒤집어 생각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물리적으로 동일한 수의 방문객이 존재하는 브레이크 타임의 매출을 피크타임 수준인 1,600만 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피크타임의 업종별 순위표 안에 숨어있다.
피크타임의 업종별 순위 데이터는 행궁동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나침반과 같다. F&B 업종의 명백한 강세와 주 소비층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패션 및 소품샵의 약진은 상권의 현재를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면의 ‘공백’이다.

데이터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행궁동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발견된다. 식사와 카페 외의 즐길 거리를 의미하는 ‘스포츠/문화/레저(47만원)’ 업종은 ‘편의점(49만원)’보다도 낮은 매출을 기록했다. 눈에 띄게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주요 소비품인 ‘화장품(16만 원)’과 ‘미용(7만 원)’ 업종의 시간당 매출은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수원 대표 관광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민간 ‘여행’ 업종의 시간당 매출이 고작 4천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 모든 수치는 피크타임 일 때의 이야기다. 방문객들이 브레이크 타임에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쓸 곳이 없다는 반증이다. 시간당 15,000명의 유동인구와 위에서 언급된 업종들의 미미한 매출 수치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충분히 ‘희망 회로’를 돌려볼 만한 기회의 땅이 눈앞에 펼쳐진다. 식사를 마친, 혹은 식사 시간을 기다리는 15,000명의 방문객에게 F&B 외의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면, ‘사라진 800만 원’을 되찾아올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논리적 비약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권 단위에서 ‘활성화’라는 공허한 구호를 외치는 것보다, 행궁동의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레이크 타임 매출 2배 성장’과 같은 수치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업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접근임은 자명하다.
마치며
두 편에 걸친 뉴스레터는 “힙함은 왜 돈이 되지 않을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했다. 13회에서는 월 140만 명이 찾는 명성과 경기도 64위라는 경제적 성적표 사이의 괴리를 확인하며 행궁동의 ‘민낯’을 마주했다. 그리고 14회에서는 상권 내부의 데이터를 통해 그 원인이 ‘소비 공백 시간’에 있음을 발견했다.
상권 단위에서 시간당 800만 원은 어쩌면 미약한 금액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숫자만 보면 행궁동은 여전히 겉만 화려한 상권이 맞다. 연 매출 1억 미만의 영세 상점이 많고, 행궁동 내의 여러 상권마다 체감 경기의 편차가 심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행궁동의 수많은 상점들이 모여 연 매출 1,100억 원 이상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소비 공백이 발생하는 시간을 하루 5시간으로만 잡아도 하루 4,000만 원의 기회가 생긴다. 1년 365일이 쌓이면 이는 약 150억 원에 가까운 시장이 된다. 결국 우리가 데이터 속에서 발견한 ‘시간당 800만 원’은, 행궁동 전체 연 매출의 10% 이상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치인 셈이다.
“거리는 분명 사람들로 붐비는데, 왜 우리 가게 포스기는 조용할까?” 많은 상인들이 매일같이 던졌을 법한 이 질문에, 이번 데이터는 사장님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개별 상인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구조적 숙제이다. 행궁동은 지난 10년간 빠르게 변해왔고, 그 변화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적했던 평일 낮은 인파로 채워졌으며, 이따금 보이던 외국인 방문객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주민들이 지키던 동네는 매일 다른 국적의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뉴스레터 한 편으로 이 모든 변화를 담아낼 수는 없다. 내 장사가 바빠서 행궁동이 변화하는 모습을 따라가기 힘든 상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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