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로컬 뉴스레터 5회: 수원의 작은 골목이 전국구 통닭거리가 되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오던 종이봉투 속 통닭의 향기는 수원 사람들의 공통된 추억이다. 단순한 골목이었던 수원 통닭거리는 이제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데이터는 2017년부터 전국적 인지도가 급상승했으며, 영화 '극한직업'으로 결정적 전환점을 맞았음을 보여준다. 추억과 트렌드, 미디어, 지역 축제가 결합되어 오늘날의 브랜드 파워를 만들고 있는, 이 작은 골목의 이야기를 통해 로컬 음식이 어떻게 도시의 정체성으로 진화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여정을 들여다 보자.

수원 통닭거리에는 유난히도 따뜻한 추억이 서려 있다. 예전에는 행궁동이라는 이름보다 ‘통닭골목’이 더 익숙했다. 가끔, 아버지가 퇴근길에 커다란 가마솥에서 갓 튀겨낸 통닭과 닭똥집을 종이 봉투에 담아 사 오곤 했다. 기름이 스며든 종이 봉투를 받아들 때마다 온 집안에 퍼지던 구수한 냄새는 가족들의 일상에 커다란 즐거움을 선물했다. 그 통닭 한 마리에 담긴 온기가 어쩌면 수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의 정서였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에는 통닭을 맛있게 튀겨내는 집이 동네마다 있었지만, 유독 수원 통닭거리만은 그 소리와 냄새가 유별났다. 노릇노릇 바삭한 통닭 한 마리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뜯어먹던 그 시간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가족 만의 소소한 축제였다. 수원사람들은 통닭 하면 자연스레 그 골목을 떠올리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수원이라는 도시가 확장되고, 행궁동이라는 이름이 트랜드가 되어서도, 통닭거리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지역민들에게는 한결같은 추억의 골목이었지만, 이제는 외지인들도 수원을 방문할 때면 통닭과 갈비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명성이 높아졌다. 영화나 예능 속에서 수원 왕갈비 통닭이 주목받으며, 사람들은 수원에 얽힌 맛의 전통과 이야기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사소하다고 여겼던 골목 풍경이 어떻게 도시를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