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로컬 뉴스레터 8회: 유동인구와 매출, 어디서 엇갈리는 걸까?
행궁동 골목과 수원 대형쇼핑몰을 비교해보니 흥미로운 차이가 드러난다. 단번에 지갑을 여는 쇼핑몰 소비와, 골목길에서 가볍게 즐기는 로컬 소비가 데이터로도 포착된다. 이에 따라 상인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사람은 이렇게 많은데, 왜 매출은 적을까”라는 물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번 뉴스레터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행궁동 골목을 거닐면, “정말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지난 뉴스레터 7회에서 다뤘듯이 K-드라마 촬영지 효과로 해외 관광객의 발걸음도 늘고 있는 만큼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도 “방문객이 이렇게 많은데, 나는 왜 매출적으로 힘들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번 8회 뉴스레터에서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원시의 상권 데이터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1) 1,500만 방문객! 정작 상인들의 ‘체감 매출’이 낮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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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0만명
- 낮은 1인당 소비지출

수원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은 단연 매산동(수원역 인근)이다. 2024년 기준으로 연간 약 2,500만 명 이상이 오가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 잠시 들르는 유동인구 비중이 크다. 반면 행궁동·광교2동·정자2동은 연간 총 방문객 규모가 매산동만큼 압도적이진 않아도, 각각 고유의 색깔과 상권 성격을 갖추며 점차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먼저 행궁동은 2024년 방문객이 약 1,700만 명대로 추산되어, 2018년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역사·문화 관광으로 시작해 최근엔 SNS 인증 여행객 증가, K-드라마 촬영지 수혜 등을 등에 업어 골목길에 문화·체험 수요가 스며드는 중이다. 이로 인해 관광총소비액(카드매출액) 자체도 완만하지만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다만 대형쇼핑몰이 밀집한 지역보다 “가벼운 소비가 골고루 분산되는” 특성 탓에, 상인들이 체감하는 매출 상승 폭은 아직 생각보다 크지 않은 편이다.

이와 달리, 광교2동은 2019년경 ‘G쇼핑몰’이 들어선 이후 방문객 수가 빠르게 늘어 2022년에는 1,000만 명 이상이 유입되었다. 또 최근 들어서는 정자2동도 2024년 오픈한 ‘S쇼핑몰’의 영향으로 방문객이 상승세에 있다. 물론 둘 다 행궁동만큼의 ‘체류형 관광’ 이미지는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상으로는 대형쇼핑몰 관련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 할 수 있다.
결국 대형쇼핑몰이 있는 지역상권이든, 행궁동처럼 역사와 골목 특유의 매력을 내세우는 상권이든 ‘단순 경쟁’ 구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볼 수 있다. 광교2동·정자2동의 대형 시설은 한곳에서 몰아서 소비를 이끌어내는 힘이 뛰어나고, 행궁동은 “조금 더 여유롭게 머물며 다양한 소비를 골고루 분산시키는” 형태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중이다.
2. 성곽과 쇼핑몰, 두 개의 축이 만든 수원 관광의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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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집중
- 탈중앙

행궁동은 성곽으로 둘러싸여 로컬 골목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 상권이다. 이에 반해 광교2동(G쇼핑몰)과 정자2동(S쇼핑몰)은 한 건물 안에서 쇼핑·엔터테인먼트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강점으로 빠르게 유동인구를 끌어모으며, 수원 내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대형 쇼핑몰의 추가 오픈으로 인한 로컬 상권의 침체에 대한 걱정과는 다르게 2023년 광교2동의 대형쇼핑몰 관련 카드매출액이 최대 1,000억 원 안팎까지 치솟았다가, 2024년 정자2동에 신규 S쇼핑몰이 문을 열면서 약 500억 원대로 떨어지는 모습이 관찰 되었다. 반면, 정자2동은 2023년까지 대형쇼핑몰이 없었기 때문에 관련 매출이 0원이었으나, 2024년에 약 500억 원을 기록해 대형쇼핑몰 간 경쟁으로 발생한 카니발라이제이션*(새로 동종의 가게/쇼핑몰/제품 등이, 이미 있던 매출을 빼앗아가는 현상)을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행궁동을 비롯한 로컬 상권이 대형쇼핑몰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경쟁 상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쇼핑몰에서 한껏 즐긴 뒤 “명소도 많고 골목길 분위기도 낯설지 않아 방문해보고 싶다”는 식으로 행궁동을 연계 방문하는 패턴이 나타난다. 일부 관광객은 행궁동을 먼저 들른 뒤 쇼핑몰로 이동하기도 하고, 반대로 대형쇼핑몰 방문 후에 성곽 안쪽 골목을 돌아보는 식이다. 결국 대형쇼핑몰이 서로를 잠식하는 긴장 관계가 생기는 동안, 행궁동은 “매장 규모나 콘셉트가 전혀 다른” 루트로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셈이다.

더 나아가, 네이버 트렌드 등 전국 단위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러한 G쇼핑몰·S쇼핑몰의 급격한 성장과 방문객 증가가 수원 지역 전반을 향한 관심으로도 확장된다고 볼 수 있다. “수원○○필드” 키워드 관심도가 2024년을 전후해 눈에 띄게 상승하는데, 성수동과 키워드 파워가 비슷한 "행궁동"과 비교했을때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 냈다. 이 관심의 일부가 수원 내 다른 관광지에도 전이되면서, 행궁동처럼 역사의 숨결을 품은 골목 풍경과 다양한 로컬 체험을 즐기려는 이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반면 행궁동 상인들은 “이렇게 방문객이 느는데 왜 체감 매출은 크게 오르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여전히 안고 있다. 대형쇼핑몰처럼 ‘단번에 큰 지출’을 유도하기보다는, 여러 가게를 옮겨 다니며 커피나 간식을 사 먹고 기념품을 구매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기에 한계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따라서 행궁동의 다음 단계 과제는, 이 골목만의 매력을 통해 방문객을 더욱 오래 머물게 하고, ‘작은 소비’가 쌓여도 충분히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구조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달려 있다.
3. 행궁동의 재미를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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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넛지
- 마이크로 커뮤니티
행궁동 골목 상권이 대형쇼핑몰과 달리 가지는 특색은, 바로 각 공간이 저마다 다른 정체성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가게가 줄지어선 쇼핑몰’보다 이색적인 체험 요소를 기대하게 되지만, 여기에는 정보가 불균등하게 퍼져 있다는 약점도 늘 따라붙는다. 그러다 보니 행궁동을 처음 찾은 방문객 상당수는 어느 구간에서 발길을 멈추거나, 다음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행동경제학 개념을 적용한 넛지*(방문객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심리를 살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가 필요해 보인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되 “내가 지금 보는 정보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요소들을 배치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높일 수 있다. 행궁동에서 직접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덤 정보나 행궁동만의 숨은 공간을 암시해주면, 자연스럽게 “가보면 뭔가 더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친절한 안내판을 세우면서, 텍스트와 다채로운 시각적 디자인의 연계를 통해 미묘하게 방향을 제시한다면 다른 언어권·연령대 방문객도 쉽고 직관적으로 이동 경로를 확장하게 될 것이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적용되는 지점, 예컨대 보행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길목 초입이나 가게가 밀집되지 않은 골목에는 디자인 설치물이나 트렌디한 미니 정원을 배치해 “조금 더 들어가면 재미있는 풍경이 나온다”는 느낌을 상기시키는 것이 좋다. 이 넛지 전략을 단계적으로 펼치면서, 디지털 기기로 방문객 흐름을 추적해 A/B테스트(두 가지 방법을 비교해 보고, 고객 반응이 더 좋은 것을 선택하는 실험)를 진행하면, 사람들이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에서 사진을 찍으며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렇게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작은 개선을 쌓아나간다면, 행궁동의 골목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UX 디자인*(고객이 쉽게 사용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계하는 과정) 실험장처럼 변모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행궁동만의 분위기가 살아 있으려면, 사람과 장소를 연결하는 무엇이 필요하다. 대형쇼핑몰처럼 하나의 브랜드로 통일된 공간이 아니기에, 행궁동 곳곳에서는 작고 다양한 모임이 자생적으로 이뤄지곤 한다. 바로 이런 취향 기반의 네트워크가 마이크로 커뮤니티라는 형식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기존 상인 모임이나 공동 마케팅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장님들의 업종’이 아니라 ‘취향’ 자체가 중심이 되는 작은 연결이 거미줄처럼 퍼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카페 사장님이 다른 사장님들과 손님들로 이루어진 커핑 모임*(다양한 원두의 향과 맛을 비교하며 커피의 특징을 탐구하는 전문적인 시음 과정)을 꾸리거나, 라멘집 사장님이 좋아하는 밴드 공연을 정기적으로 열어 같은 취향을 가진 구성원을 끌어모으는 식이다. K리그 수원 블루윙즈를 좋아하는 행궁동 사람들이 함께 직관을 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형성된 마이크로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골목으로 가져와, 오프라인 넛지 디자인의 기초 자산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넛지 요소가 그 마이크로 커뮤니티의 생산물이나 활동성과 자연스럽게 합쳐져, 방문객들이 “이 동네에는 뭔가 예사롭지 않은 에너지가 있네”라고 느끼게 된다. 정형화된 공간 연출 대신, 서로 다른 취향과 이야기가 스며드는 골목풍경을 완성함으로써 대형쇼핑몰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상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행궁동 골목 상권이 펼쳐갈 미래는 온라인·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넛지와, 취향을 공유하는 행궁동 사람들을 지탱하는 마이크로 커뮤니티라는 두 축으로 그려질 수 있다. 이것들이 그저 이론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매출과 방문객 재방문으로 이어지려면, 꾸준한 실험과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다. 보행 데이터와 매출 데이터를 함께 살펴 “소비자가 머무르는 지점”과 “취향 기반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지점”을 교차 검토하면서, 작은 성공 사례를 하나씩 쌓아가는 길이 좋을 것이다. 경쟁하면서도 협력해야 한다는 말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대형쇼핑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골목다운 가능성을 살리는 동시에, 혁신적인 실험정신을 더하는 구체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때 골목 전체가 하나의 실험장이자 놀이터로 거듭난다면, 행궁동만의 유니크한 상권 모델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마치며
이번 뉴스레터 8회에서는 “유동인구가 이렇게 많은데도 체감 매출은 왜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수원시 내 서로 다른 성격의 상권을 둘러싼 여러 요인을 살펴보았다. 한편으로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행궁동 골목이, 다른 한편으로는 대형쇼핑몰이 대표하는 압도적인 규모와 편의성이 존재하는 수원의 상권 지형이 함께 펼쳐진다. 각기 다른 속성을 가진 두 공간은 “어쩌면 서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 둘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었다.
더불어 행궁동만의 고즈넉하고 독특한 골목 풍경이 “짧은 체류와 가벼운 소비”라는 한계를 딛고, 보다 폭넓은 방문객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모색해보았다.
우선, 넛지 개념을 적용한 보행경험 설계로 “한 골목에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더 깊숙이 들어가보고 싶게 만드는” 유인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됐다. 온라인 정보 공개 역시 단순 홍보가 아니라, “내가 지금 보는 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마이크로 커뮤니티는 ‘취향’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을 통해 골목 곳곳을 작은 축제의 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상인이나 주민이 합심해 만든 이벤트나 설치물을 통해, 방문객은 “가볍게 지나칠 수도 있었던 골목에 이렇게 재미있는 스토리가 숨어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결국 성곽과 쇼핑몰, 골목과 관광지라는 여러 요소가 만나는 지금의 행궁동은,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 골목이 새로운 실험과 협업을 거리마다 심어간다면, 연간 1,500만 명이라는 수치가 단순 방문객 규모를 넘어, ‘서로 다른 경험이 교차하는 공간’이라는 특별한 가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수원의 대형쇼핑몰이 투입하는 큰 자본에 기반한 바이럴로 유도된 방문이 행궁동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그 속에서 상인 간의 경쟁이 협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쌓인다면, 행궁동이라는 브랜드가 우리에게 얼마나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할지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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